새해를 준예산체제로 열었던 경기 고양특례시가 이번에는 추가경정예산안 삭감으로 중점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고양시의회는 소통 부재 등을 이유로 업무추진비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시와 갈등을 키우고 있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됐다.
5일 시에 따르면 제1차 추경 예산안은 지난 3일 수정안이 제273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확정됐다. 당초 시에서 제출한 추경 규모는 2170억 원으로 시민복지·민생안정을 위한 주요 사업 및 본예산 삭감·미편성 사업 등이 담겼다. 예결위 수정 예산안에서 삭감된 예산은 약 60억 원 규모로, 주민 편의 증진 등을 위한 사업 예산은 약 58억 원이 삭감됐다.
시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본예산 삭감 후 추경예산만을 기다려 왔는데 사실상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며 "시민과 약속했던 사업 마저 추진하지 못하게 됐으니 말 그대로 '손발이 묶인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또 지난 1월 본예산 심사 과정에서 90% 일괄 삭감됐던 업무추진비는 이번 임시회 각 상임위에서는 100% 통과됐다. 하지만 예결위에서 시장과 제1·2부시장를 삭감했다가 본회의 수정안을 통해 시장과 부시장 업무추진비는 50%만 살렸다.
시의 한 관계자는 “집행부가 무조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업무추진비와 예산안으로 집행부를 길들이려는 시의회의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여야 동수인 만큼 이 사태가 언제 해결될 지 몰라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고양시 공직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업을 추진할 예산도 없을 뿐더러 조직개편안의 부결로 불안정한 분위기다.
한 간부 공무원은 “임기 초반 방향을 설정하고 주요 시정업무를 추진해 나가야 하는 시점인데 업무 지시는커녕 나 조차도 어떤 일을 해야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기본적인 업무만 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시의회 손동숙(국민의힘) 의원은 “집행부가 요구한 예산을 주고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제대로 집행이 되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면 되는데 예산 자체를 세우지 않는 것은 시민을 위한 태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은 다음 추경 때라도 이동환 시장의 정책 방향에 맞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김운남(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