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자 물가가 다소 둔화하는 모양새이지만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식 부문 물가 상승률의 경우 전체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년 가까이 웃돌고 있고 가공식품도 1년 넘게 상회 중이다. 정부 압박에 일부 식품기업은 먹거리 가격의 인상 계획을 보류했지만, 인상 시기를 잠시 미룬 것이어서 먹거리 물가는 상승할 전망이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내린 영향으로 상승률은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했고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달에는 대표 먹거리 물가 지표인 외식과 가공식품의 물가 상승률도 전월 대비 각각 0.1%포인트, 1.3%포인트 하락해 7.4%와 9.1%를 보였다.
하지만 외식 물가 상승률은 아직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8배이고, 가공식품은 2.2배 수준이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 2.6%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을 앞지른 이후 22개월 연속 웃돌고 있고,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2021년 12월부터 16개월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 중이다.
지난달 외식 부문 조사 대상인 39개 세부 품목 중에서는 외식용 커피(1.9%) 등 2개를 제외한 37개 품목의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피자가 12.0%로 가장 높고, 이어 외식용 소주(10.8%), 외식용 라면(10.3%), 김밥(10.3%), 햄버거(10.3%), 돈가스(10.0%) 등이 10%가 넘었다.
가공식품도 조사 대상 73개 중 81%인 59개 품목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했다.
드레싱이 34.5%로 가장 높고, 잼(31.7%), 치즈(30.8%), 맛살(24.2%), 물엿(24.1%), 밀가루(19.8%), 어묵(19.5%), 초콜릿(19.0%) 등이 뒤를 이었다.
또 국수 16.5%를 비롯해 아이스크림 13.7%, 설탕 13.2%, 커피 12.5%, 라면 12.3%, 스낵과자 11.2%, 빵 10.8%, 생수 10.1%, 우유 9.0% 등으로 장바구니 부담이 만만치 않다.
빵과 도넛 등의 먹거리 가격은 이번 달에 또 오른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오는 8일부터 빵과 케이크 등 50여종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7.3% 인상할 예정이다. 작년 7월 가격 인상 이후 9개월 만이다.
컴포즈커피는 오는 11일부터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린다.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2700원에서 2900원으로 7.4%, 바닐라라떼는 3000원에서 3300원으로 10.0% 각각 인상된다.
앞서 롯데GRS가 운영하는 크리스피크림도넛도 지난달 도넛 11종 가격을 평균 4.6% 올렸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한 곳도 있다.
롯데웰푸드는 이달 예정한 아이스크림과 과자류의 편의점 가격 인상 계획을 보류했다. 그러나 이는 가격 인상 시점을 연기하는 것으로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라는 게 롯데웰푸드의 설명이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식품기업들은 눈치를 보고 있지만, 원부자재 가격과 가공비, 인건비, 물류비 등의 상승으로 적절한 시기가 오면 다시 가격을 올린다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