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강남 납치·살해 사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사건 피의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주범 이경우(35) 씨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사건 배후를 둘러싼 공범 수사가 한층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 총장은 6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수사 경과를 보고 받은 뒤 “경찰에서 일부 구속 피의자에 대한 사건이 송치되기 전 미리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수민 형사3부장(팀장) 등 검사 4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사 준비에 착수했다. 이달 9일께 경찰이 사건 피의자를 송치할 수 있는 만큼 사실관계 파악, 법리 검토에 돌입한 셈이다. 검찰은 피의자들과 피해자 A 씨가 연루된 공갈 사건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도 이날 주범 이 씨가 근무했던 B 법률사무소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B 법률사무소는 이 씨가 범행 전까지 사무장으로 일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다만 B 법률사무소는 이 씨가 근로계약서를 쓴 정식 직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씨는 피해자를 지목해 범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대한(36) 씨와 연지호(30) 씨는 피해자를 직접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경이 사건 수사에 점차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누가 범행을 주도했는지’를 두고 이 사건 피의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황 씨와 연 씨는 “이 씨로부터 착수금 등 700만 원가량을 받았다” “범행의 대가로 이 씨의 윗선으로부터 돈이 흘러나온 것으로 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 씨가 범행의 ‘몸통’이라는 취지다. 반면 이 씨는 범행 가담 등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경찰이 5일 윗선으로 지목된 유 모 씨를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체포하면서 수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휴대폰 통신 기록을 통해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인 유 씨와 이 씨가 A 씨와 갈등을 빚던 지난해 초부터 범행 직전인 지난달 29일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통화한 것으로 확인했다. 두 사람은 범행 직후인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 씨 회사 근처에서 또 같은 날 0시께 경기도 용인시 유 씨 자택에서 만나기도 했다. 이 씨는 유 씨에게 범행 이후 6000만 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고 알려졌다. 반면 유 씨 측은 이 씨가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금전을 요구해왔다며 범행과 관련된 금전 요구인지를 몰랐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