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립국 스위스는 대(對)러시아 의약품 수출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FP통신은 9일(현지 시간) 스위스연방 관세국경보호청 집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스위스의 러시아에 대한 의약품 수출 규모가 기존 14억 스위스프랑(약 2조 원)에서 20억 스위스프랑(약 2조 9000억 원)으로 42% 증가했다고 현지 신문 노이에취르허차이퉁(NZZ)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대러 수출 총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스위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2월 이후 기계·시계 등 주요 품목에 대한 대러 수출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스위스의 러시아에 대한 총 수출 규모는 29억 스위스프랑으로 전년 동기(35억 스위스프랑)와 비교해 17%가량 줄어들었다.
스위스가 유럽연합(EU) 주도로 진행된 지난 열 차례의 대러 제재에 모두 동참했지만, 의약품의 경우 인도주의 물품으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스위스는 노바티스, 로슈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모여있다. 노바티스 측은 “러시아 내 (의약품) 판매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간 치료를 미뤄온 환자들이 몰리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병원이 의약품 부족 사태에 대비해 대량 비축에 나선 것 역시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한편 스위스는 대러 수출 규제에 동참하는 것과는 별개로 무기 공급에 대해선 중립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