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여성보다 무리지어 온 젊은 남성 관객들이 많았고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넥슨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으로 유명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테일즈위버’의 출시 20주년을 기념해 첫 단독 오케스트라 공연 ‘테일즈위버 디 오케스트라’를 개최했다. 넥슨 관계자는 “그간 테일즈위버가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 등과 합동으로 OST 공연을 연 적은 있지만 단독은 처음"이라며 “2191석이 하루도 안 돼 매진됐다”고 말했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캐릭터 포토존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스티커북이 포함된 프로그램북 구매 대기열은 5시 공연 시작 직전 300명 가까이 늘어났다. 테일즈위버 내 마법학교 '네냐플'의 교복을 입은 30대 여성 관객은 “10년 넘은 골수팬으로서 20주년을 축하해주기 위해 왔다"고 들뜬 표정이었다. 아내 몰래 왔다며 익명을 요청한 30대 남성은 “애정하는 게임이 더 오래 지속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티켓팅했다”며 “온라인으로만 만났던 길드(게임 내 클럽) 멤버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피아노의 잔잔한 선율을 바탕으로 한 테일즈위버의 로그인 테마곡 ‘Tales are about to be weaved’ 등 25곡이 2시간여 동안 연주됐다. 여러 게임 음악 공연으로 유저들에게 익숙한 안두현 지휘자와 아르츠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무대 뒤편 대형 스크린에서는 중간 중간 게임 내 영상이 상영됐다. 한곡 한곡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넥슨은 게임 배경음악(BGM)을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클래식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8월에는 론칭 21주년을 맞이한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비롯해 ‘카트라이더’ 등의 OST를 연주한 ‘넥슨 클래식 콘서트’가 전석 매진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된 바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했던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오케스트라 공연은 7개 도시에서 13회에 걸쳐 진행되며 1만 7000여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게임사들은 이용자의 몰입감을 높이는 게임 음악에 공을 들이고, 연주회 등을 통해 게임 음악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개발 단계부터 게임 테마곡 등을 작곡가와 함께 논의하거나 음원을 발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넷마블은 ‘매스 이펙트’ 시리즈 등 유명 게임의 OST를 만든 작곡가 잭 월에게 신작 PC 게임 ‘오버프라임’의 음악을 맡겼다. 스마일게이트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도 각각 자사의 대표작 ‘로스트아크’와 ‘스타크래프트’의 OST를 연주하는 공연을 열며 유저들과 소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