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로 선거제 개편 의제를 놓고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여야가 비례대표제 개선 방안을 놓고 열띤 난상토론을 벌였다. 여야는 지금의 선거제도가 유권자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가졌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기회에 비례대표 축소 및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1차 전원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15명, 국민의힘 11명, 비교섭단체 2명 등 총 28명의 의원이 발언자로 나섰다. 이날 토론 주제는 ‘비례대표제’였지만 토론에 참석한 의원들은 본인들이 선호하는 선거제도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첫 토론자로 나선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총선 ‘위성정당’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 의원은 “김부겸 정도면 대구에 출마해도 당선이 되고 유승민 정도면 공천을 안 주려고 해야 안 줄 수가 없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전 여당 정개특위 간사를 역임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일정 부분 의석 확대를 양해할지, 의원 정수를 동결하는 대신 득표수와 의석 배분 간 심한 불비례·불균형을 감수할지 결국 국민이 선택할 문제”라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의원 정수 축소를 위해선 비례제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헌승 의원은 “비례대표제 자체가 아예 폐지돼야 하고 현행 대통령 직선제 하에선 소선거구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으며, 윤상현 의원도 “비례대표 47석을 지역구 의석에 합쳐 300석을 그대로 유지하자”고 말했다. 이태규 의원은 “국민 불신을 완화시킬 수 있다면 스스로 살을 일부 도려내는 결단을 고민해야 한다”며 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표의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례 의석 및 의원 정수 확대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전해철 의원은 “현행 선거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낮은 비례성”이라며 “비례대표제는 권역별로 하는 것이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선거 제도 개혁의 취지를 잘 구현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윤호중 의원도 “지역구를 28석 줄여 동서 통합을 위해 비례 의석으로 확대하자”면서 “정 어렵다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대로 지역구 7석을 줄이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앞서 김 대표가 의원 정수 축소 카드를 공개 제안하며 최소 30석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밝힌 것을 거론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홍영표 의원은 “의원 정수를 국민들의 동의와 함께 늘려야 한다.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는 개정안을 만들어 국민들께 이해를 구하자”고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여야 지도부 간 치열한 신경전도 펼쳐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의원 정수 감축은 ‘약방의 감초’가 아니라 ‘약방의 산삼’”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장의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정략적 꼼수”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