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담백한' 이우환·'따뜻한' 칼더…색다른 '금속 미학'

■동·서 거장 국제갤러리서 개인전

돌·금속 소재 조각 작품들 선봬

내달 28일까지 매진에 정원 두배로 늘려

국제갤러리 1관(K1) 이우환 개인전 ‘Lee Ufan’ 설치전경.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국제갤러리 1관(K1) 이우환 개인전 ‘Lee Ufan’ 설치전경.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커다란 바위 두 개가 서로 포개져 있다. 두 바위 위로는 은은한 빛이 쏟아진다. 마치 키스하는 연인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바위의 이름도 ‘더 키스’. 돌과 철판을 이용한 조각 작품으로 유명한 이우환의 ‘관계항(Relatum)’ 연작 중 신작이다. 관람객들은 연극을 보러 온 관객처럼 멀리서 한참이나 연인같은 두 개의 바위를 바라보다 돌아선다.

계단을 한 층 올라가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가느다란 철사에 아슬아슬 매달려 찰랑찰랑 소리를 내는 빨강, 노랑, 검정 조각들. 바로 알렉산더 칼더가 창시한 ‘모빌(mobile)’이다. 별도의 설명과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두 거장의 전시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이 곳은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국제 갤러리다.



국제갤러리는 지난 4일 서울점 전관을 활용, 이우환 개인전 ‘Lee Ufan’과 알렉산더 칼더 개인전 ‘CALDER’를 시작했다. 12년 만에 열리는 이우환 개인전은 국제갤러리 K1~K2 일부 전시관, 야외공간까지 펼쳐진다. 오랜만에 열리는 개인전이지만 주최측은 작품을 무리하게 쏟아내지 않았다.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조각 6점과 드로잉 4점이 고요함 속에 자태를 드러낼 뿐이다. 이우환은 조각과 드로잉, 회화 모든 작품에서 ‘여백’을 강조한다. 조각의 경우 캔버스와 같은 하얀 색 벽 앞에 커다란 돌과 철판을 세워 두는 방식이다. 돌과 철판의 만남은 문명과 자연의 만남을 의미하며, 전시관의 나머지 공간은 ‘여백’이다. 극한의 절제로 제작한 단순한 작품 덕분에 오히려 작가의 손길이 스치지 않은 나머지 여백이 제작된 작품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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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2관(K2) 1층 알렉산더 칼더 개인전 ‘CALDER’ 설치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국제갤러리 2관(K2) 1층 알렉산더 칼더 개인전 ‘CALDER’ 설치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이우환 공간에서 몇 발자국 나아가면 전혀 다른 원색의 세상이 펼쳐진다. 칼더의 모빌 전시가 시작되는 것. 칼더는 바닥에 받침대를 설치해 세워두는 이전까지의 조각 작품 설치 관습을 깨뜨리고 가느다란 철사를 천장에 달거나 벽에 붙이는 ‘모빌’로 예술계에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의 시작을 알린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2014년 이후 9년 만에 개최되는 개인전이다. 전시는 주로 작가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1940년 대부터 1970년 대까지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우환과 칼더 조각의 공통점은 ‘금속’. 이우환이 커다란 철판을 땅 위에 올려 퉁명한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면, 칼더는 가느다란 철사에 과일처럼 조각을 매달아 인공의 따뜻함을 드러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칼더가 딸을 위해 제작한 모빌이 처음 공개됐는데, 관람객은 철사라는 차가운 소재가 미세한 바람에 흔들리며 미각, 청각을 자극하는 모습 속에서 오히려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국제갤러리 2관(K2) 2층 이우환 개인전 ‘ Lee Ufan’ 설치전경. 사진=서지혜 기자국제갤러리 2관(K2) 2층 이우환 개인전 ‘ Lee Ufan’ 설치전경. 사진=서지혜 기자


두 거장의 전시는 시작과 동시에 인기를 끌고 있다. 국제갤러리에 따르면 전시가 시작된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관람객 수는 총 2300여 명에 이른다. 당초 예약 정원은 시간 당 30명이었으나 갤러리 측은 전시가 끝나는 5월 28일까지 예약이 매진 되면서 이날부터 이를 60명으로 늘렸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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