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3.50%로 2회 연속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가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이어진다”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물가 둔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2월에 발표한 1.6%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한 만큼 금리 인상 사이클을 사실상 종료한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한국은행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후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통위는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도 상승률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한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주요국의 금융부문 리스크가 증대돼 세계 경제의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국내 경제는 수출이 정보통신(IT) 경기 부진 심화로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그간의 금리인상 영향으로 상반기까지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는 만큼 2월 성장률 전망치 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물가는 당초 전망보다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2분기 이후 3%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한 3.5%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치 3.0%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금통위는 이번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및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