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의붓아들을 장기간 학대해 숨지게 한 계모가 법정에서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3일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43)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마음이 없었다”며 “아동학대치사는 인정하지만 아동학대살해는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망한 피해아동의 일기를 보면 ‘나 때문에 아기가 잘못됐는데도 엄마는 나에게 아무런 말도 안했다’고 적혀 있다”며 “유산을 계기로 피해자를 심하게 미워했다는 공소장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5년 이상 피해자를 잘 키우다가 지난해 사춘기에 들어가고 자신도 유산해 신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계속 키워보려고 했다”며 “공황장애 증세와 가슴에 혹이 생기는 증상으로 자제력을 잃고 이런 참혹한 결과가 일어났다”고 했다.
A씨의 변호인은 “피해아동이 사망하기 전까지 모든 학대사실이 ‘홈캠’에 다 녹화돼 있고 증거로도 제출돼 있다”며 “만약 처음부터 살해하려는 마음을 먹었다면 그것을 치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그의 남편 B(40)씨의 변호인은 “대체로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A씨가 어떤 학대행위를 할 때 피고인이 방임했는지 명확하지 않아 방어권 행사에 장애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달 7일 구속 기소된 이후 3차례 반성문을 써서 재판부에 제출했으며, 법원에는 100건이 넘는 엄벌 진정서가 들어왔다.
이날 재판 전에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 등의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협회 측은 “친부는 모든 범행을 계모에게 뒤집어 씌우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계모와 친부를 법정 최고형으로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C(12)군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차례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C군이 성경 필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자주 무릎을 꿇린 채 장시간 벌을 세웠고, 연필로 허벅지를 찌르거나 알루미늄 봉 등으로 온몸을 때리기도 했다.
C군은 숨지기 이틀 전 옷으로 눈이 가려진 채 16시간 동안 커튼 끈으로 의자에 손발을 묶였고, 그 사이 A씨는 방 밖에서 ‘홈캠’으로 감시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태아를 유산하자 모든 원망을 B군에게 쏟아내며 점차 심하게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인 B씨도 2021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드럼 채로 아들 C군을 폭행하는 등 15차례 학대하고, 아내 A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기간 지속되는 학대로 인해 10살 때 38㎏이던 C군의 몸무게가 사망 당일에는 29.5㎏으로 줄었다. 또래 평균보다 키는 5㎝가 더 큰데도 몸무게는 15㎏이나 적었다. 사망 당시에는 온몸에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