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칼퇴근필수너·막쿠르트…이름도 맛도 튀어야 산다 [똑똑!스마슈머]

■ 2030 잡는 이색 주류 전쟁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롱런 비법은

참신함으로 2030 사이 SNS 입소문

소용량 와인부터 과일 섞인 막걸리

핸드앤몰트, 지역 특산물 맥주 선보여

GS25 모델이 ‘칼퇴근필수너’ 맥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GS리테일GS25 모델이 ‘칼퇴근필수너’ 맥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GS리테일




“완벽한 인생의 필수 요소는? 바로 ‘칼퇴근(칼같이 정시에 퇴근하는 것)’. 칼퇴근 후 ‘칼퇴근필수너’ 한 잔!”



칼퇴근필수너는 GS25가 남해 독일 마을에 위치한 양조장 ‘완벽한인생’과 손 잡고 내놓은 필스너 맥주다. 편하게 즐기기 좋은, 완벽한 인생을 살고자 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만든 이 맥주는 GS리테일(007070)의 주류기획팀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발굴한 상품이기도 하다. 주류 업계에 주요 고객인 2030세대는 ‘완벽한 인생=칼퇴’라는 공식이 마치 당연한 진리처럼 자리 잡았다. 이에 착안해 GS25는 칼퇴근을 필수로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맥주라는 의미도 담았다.

주류 업계가 연예인에 이어 네이밍과 맛까지 참신한 아이디어를 상품에 담는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재빠르게 변하는 주류 트렌드 속에서 상품이 ‘롱런(장기 흥행)’하기 위해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에서 젊은 층의 입 소문을 타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독특함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까지 더해져 고르는 재미까지 선사하며 이색 주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GS25에서 판매 중인 막쿠르트. /사진제공=GS리테일GS25에서 판매 중인 막쿠르트. /사진제공=GS리테일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GS25와 GS프레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막쿠르트’를 단독으로 판매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물량은 GS25가 8000병, GS더프레시가 1000병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소량의 희소성이 부각되는 만큼 오프라인 물량이 빠르게 소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막쿠르트의 탄생 역시 참신함에서 출발했다. GS리테일과 온라인 주류 구독 플랫폼 ‘술담화’는 막걸리의 특성인 발효주와 어울릴 식재료를 고a민하다 유산균, 발효유로 만들어진 야쿠르트를 떠올렸다. 이어 hy의 야쿠르트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상품을 만들었다. 2030세대가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막쿠르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막걸리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GS25가 지난 2월 선보인 ‘딸바 막걸리’도 2030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산 쌀로 발효한 막걸리에 딸기, 바나나 등을 갈아 넣어 과거 과일 소주의 인기를 뛰어 넘었다. 서울, 경기권을 중심으로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딸바 막걸리는 한 달 만에 초도물량의 80%가 소진됐다. 이에 GS25는 이달부터 전국적으로 출시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U가 판매 중인 ‘와인 반병 까쇼’./사진제공=BGF리테일CU가 판매 중인 ‘와인 반병 까쇼’./사진제공=BGF리테일




CU도 2030세대를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CU는 지난해 가을 와인의 품종 중 하나인 까베르네 쇼비뇽으로 만든 상품 ‘와인 반병 까쇼’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SNS에서 재미있는 패키지와 네이밍으로 인기를 끌며 출시 이후 지난 달 까지 CU 와인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와인 반병 까쇼는 일반 와인 용량(750㎖)의 절반인 360㎖다. 가격도 3000원으로 반 값이다.

관련기사



‘까쇼’라는 단어는 까베르네 쇼비뇽을 줄인 말이기도 하지만, ‘소주병을 깐다’라는 중의성을 담았다. 이에 맞춰 소용량인 소주병에 담았다. 제조사도 소주로 유명한 대선주조가 맡아 점포 진열도 소주 카테고리에 자리를 잡았다. CU가 와인을 소주병에 담은 것은 소량으로 마실 수 있을 뿐 아니라 코르크 마개가 아닌 소주처럼 돌려 따는 뚜껑으로 보관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CU 모델이 알딸딸 딸기 맥주와 셀처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BGF리테일CU 모델이 알딸딸 딸기 맥주와 셀처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또 CU가 딸기로 만든 ‘알딸딸 딸기 맥주’와 ‘알딸딸 딸기 셀처’는 2030세대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알딸딸(Al Tal Tal)은 프리미엄 딸기 브랜드인 홍과옥조와 국내 딸기의 시배지인 밀양이 협업해 만든 브랜드로 ‘딸기를 2번 넣어 기분 좋게 취한다’는 의미다. 셀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유행하는 하드셀처 형태의 술이다. 하드셀처는 탄산에 다양한 맛을 가미해 2030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재미있는 네이밍에 빨간색과 분홍색 패키지까지 여심을 저격해 매출 비중의 92%가 여성으로 집계됐다.

세븐일레븐의 오열 맥주. /사진제공=세븐일레븐세븐일레븐의 오열 맥주. /사진제공=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가수 윤민수씨와 협업해 선보인 ‘오열 맥주’도 패키지부터 눈에 띈다. 윤민수 특유의 애절한 발라드 감성 표현을 뜻하는 ‘오열창법’을 직관적으로 네이밍 한 데 이어 그의 오열하는 캐리커쳐가 맥주 전면을 뒤덮고 있다. 오열맥주는 윤민수의 애절한 오열 감성이 현대인의 힘들고 지친 삶과 감정에 위로의 메세지를 전한다는 기획 의도 답게 은은한 허브 아로마향이 혀 끝에 맴돈다. 이 상품은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가 늘었다.

진저063. /사진제공=핸드앤몰트진저063. /사진제공=핸드앤몰트


맥주 양조장도 독특한 맛을 결합한 수제 맥주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한국 1세대 수제 맥주 브랜드인 핸드앤몰트는 지난 달 부터 ‘로컬을 담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역의 우수한 특산물로 만든 수제 맥주를 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상품인 전라북도 완주 생강 맥주 ‘진저063’은 홉에서 오는 은은하고 달콤한 과일 향과 생강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드라이한 한정판 골드 에일 맥주다. 생강이 포함된 덕분에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여기에 전북 지역 번호 ‘063’을 넣어 의미를 더했다. 생소한 맛에도 불구하고 진저063은 한 달 만에 500잔이 팔리며 조기 완판됐다.

허니054. /사진제공=핸드앤몰트허니054. /사진제공=핸드앤몰트


이어 핸드앤몰트는 지난 11일 ‘로컬을 담다’ 두 번째 프로젝트로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생산된 천연 아카시아 꿀을 첨가한 페일 에일 맥주 ‘허니 054’를 선보였다. 칠곡군은 국내 유일의 양봉산업특구이자 전국 최대 규모의 아카시아 꿀 생산지다. 은은한 꽃 향기와 달콤한 꿀이 어우러져 담백한 맛을 선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들이 선호하는 주류가 위스키, 하이볼, 막걸리, 맥주 등으로 확대되며 ‘튀어야 산다’는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며 “맛과 이름 등도 젊은 취향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