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필리핀은 인기 관광국가다. 세부, 보라카이, 보홀, 마닐라 등은 스테디 셀러로 손꼽힌다. 지난해 필리핀을 방문한 관광객 265만 명 중 한국(42만8014명)이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국가로 집계되기도 했다. 반면 국내에 필리핀 음식은 태국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덜 알려졌다. 주한 필리핀 대사관이 필리핀 관광부와 필리핀 산업통상자원부, 필리핀 농무부와 함께 4월 필리핀 음식의 달을 맞아 지난 11일 ‘포커스 필리핀스-까인 따요(같이 먹어요)’ 만찬 행사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필리핀 요리는 김포 필리핀 테마 레스토랑 ‘우식당’의 대표 셰프인 필리핀 출신 셰프 벨지움이 총괄했다. 셰프 벨지움은 2020년 요리 경연 프로그램 ‘헬로 플레이트’에서 필리핀 대표 셰프로 출연한 바 있다.
필리핀의 식탁에는 밥과 1~2개의 반찬으로 구성된다. 식사 사이에 간식으로 쌀국수 볶음, 죽, 떡 등을 즐겨 먹는다. 필리핀 음식은 주로 달고 짠 편이다. 스페인, 미국, 중국 등의 영향을 받아 동양과 서양의 음식문화가 혼합돼 있는 게 특징이다. 다른 동남아 국가의 음식에 비해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는 의견이 많다.
이날 만찬은 에피타이저인 룸피아(Lumpia)로 시작됐다. 룸피아는 생일파티, 레스토랑, 길거리 등 현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국민 음식이다. 실제로 맛본 룸피아는 필리핀식 스프링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국의 튀김 만두와 비슷하다. 이날은 덜 익은 그린 파파야와 야채를 갈아서 만든 피클 또는 초절임에 코코넛, 식초, 소금 및 향신료로 맛을 낸 파파야 샐러드가 함께 담겨 나왔다.
새우 시니강 수프(Shrimp Sinigang Soup)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국물 요리다. 돼지고기나 닭고기, 새우, 생선 등을 주재료로 다양한 채소를 넣고 끓여 만든다. 타마린드 (아프리카가의 신맛이 나는 나무)의 과육이나 칼라만시, 레몬 등을 이용해 신맛을 낸다. 구아바, 토마토, 파인애플, 망고스틴과 같은 다른 과일을 사용할 수도 있다. 시큼한 국물을 맛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필리핀에서도 영양분이 많아 ‘건강한’ 음식으로 알려졌다.
메인코스는 기름을 바른 후 노릇하게 구워내는 치킨 이나살이다. 육즙과 후추의 깊은 풍미가 특징이다. 깔라만시, 후추, 코코넛 식초, 아나토 (잇꽃 나무의 씨를 이용한 향신료)를 섞은 양념을 바른 후 대나무 막대기에 꽂아 숯불에 구워 만든다. 바나나 잎 위에 담은 뒤 쌀밥과 디핑 소스와 함께 먹는다. 망고 등을 곁들여 먹는 게 이색적이다.
레촌(Lechon) 슬라이스는 한국 관광객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필리핀 요리다. 레촌은 돼지고기에 필리핀의 허브와 향신료를 섞은 양념에 재워 숯불 위에서 바삭하고 노릇해질 때까지 천천히 구워 만든다. 축제나 결혼식과 같은 특별한 기념일에 인기 있는 음식으로 비사야 지역의 세부가 그 기원이다.
이날 필리핀관광부는 한국화한 음식도 소개했다. 필리핀 전통 식재료이자 아열대에서 잘 자라는 오크라로 만든 김치가 주인공. 오크라는 자양 강장 성분과 비타민 C가 풍부해 필리핀에서는 피로회복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저트로는 필리핀식 빙수 할로할로(Halo-halo)가 나왔다. 할로할로는 ‘섞다’라는 뜻이다. 한국의 팥빙수와 같이 바나나, 타피오카 펄,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함께 섞어 먹는다. 국민 디저트로 필리핀 현지에서는 코코넛 과일 속을 파고 그 안에 재료를 넣은 할로할로를 판매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