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옛 페이스북)가 살아나려면 ‘메타버스’를 버려야 한다?
무리한 메타버스 전략으로 침몰 중이던 메타가 관련 사업 축소로 다시 주가가 오르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인력감축에 따른 비용절감 및 인공지능(AI)을 앞세운 사업구도 재편을 디딤돌삼아 재도약을 노리는 모습이다.
15일 IT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93.1달러까지 하락했던 메타 주가는 이달 13일(현지시간 기준) 220달러까 치솟았다. 시가총액도 5713억 달러까지 오르며 1년전 수준을 회복했다.
메타 주가의 이 같은 급등락은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의 메타버스 전략 및 성과와 관련이 깊다. 메타는 지난해 1166억900만 달러의 매출에 289억44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전년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1%, 영업이익은 무려 38%씩 각각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메타가 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이 1136억4200만 달러에 달하는 만큼, 글로벌 경기하강에 따른 광고 분야 시장 축소가 매출 감소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제는 메타버스 분야다.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랩’은 지난해 137억17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손실(101억9300만달러) 대비 1년새 손실규모가 40억 달러 가까이 늘었다.
메타는 2021년 10월 사명을 메타로 바꾸며 관련 생태계 장악을 위해 매년 100억달러씩 총 1000억달러를 향후 10년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메타는 지난해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를 출시하고 가상현실(VR) 기기인 ‘퀘스트 프로’를 내놓았지만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메타버스의 실시간 반응속도를 높이기 위해 몇세대 이상 뒤쳐져진 3D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호라이즌 월드를 구축한 것 등 낮은 서비스 품질 등이 실패 원인으로 꼽혔다.
메타의 반등은 AI에서 시작됐다. 메타는 올 초 대규모 AI 언어모델인 라마(LLaMa)를 선보이며 관련 파라미터를 70억·130억·330억·650억개로 나눠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픈AI가 선보인 챗GPT의 파라미터가 1750억개라는 점에서 답변 추출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초거대 언어모델 사용시 소모되는 전력과 이에 필요한 각종 컴퓨팅 능력 등을 감안하면 ‘파인튜닝’ 최적화로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타의 소셜 서비스에 생성형 AI가 접목될 경우 관련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월간 활동 이용자수(MAU)는 올 1월 기준 29억5800만명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 1위이며 구글의 유튜브(25억1400만명)에 이어 공동 3위를 기록중인 왓츠앱(20억명)·인스타그램(20억명) 모두 메타가 서비스 중이다. 생성형 AI 적용범위가 텍스트를 넘어 동영상과 이미지 등 멀티모달 형태로 확대되는 만큼 메타와의 결합시 시너지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의 대규모 인력감축 또한 주가 반등에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해고가 매우 쉬운편이다. 메타는 지난해 11월 1만1000여명을 해고한 이후 올 상반기에 1만명을 추가로 감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8만7300여명 수준이었던 메타 직원은 6만6000여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저커버그 대표는 올해를 ‘효율성의 해’로 규정하는 한편 비용절감을 위한 임직원 보너스 삭감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애플·MS와 달리 자체 운영체제(OS)를 갖지 못한 메타가 메타버스에서 ‘자체 OS 생태계 확보’라는 꿈을 이루려했다가 기술 및 비용 장벽에 좌절하는 모습”이라며 “SNS 시장에서 메타의 지배력이 엄청난데다 경쟁플랫폼으로 불렸던 중국업체의 틱톡·위챗 등의 서비스가 미·중 갈등에 영향력이 줄고 있는 만큼 메타의 잠재력은 여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