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헌법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정부가 하원에서 표결하지 않고 통과시킨 연금개혁법을 부분적으로 승인했다고 BFM 방송,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이에 따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수일 내 연금개혁법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정부가 연금개혁법을 강행할 경우 더 이상 대화는 없을 것이라며 강경 투쟁 의지를 밝혔다.
한국의 헌법재판소에 해당하는 헌법위원회는 연금개혁법안의 위헌 여부를 따져본 결과 핵심인 퇴직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연장하는 조항이 헌법과 합치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위원회는 연금개혁법안에 담긴 전체 36개항 중에서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고령 노동자 고용을 진할 수 있도록 ‘시니어지수’ 제도를 도입하고, 고령 노동자를 위한 특별 계약을 신설하는 내용 등 6개 항은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보고 삭제했다.
헌법위원회는 연금개혁법안의 위헌 심사와 별개로 좌파 야당이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과 관련한 국민 투표를 하자는 제안도 검토했으나 부적합하다고 결론내렸다.
지난 3개월간 총 12번의 전국 단위 반대 시위와 대중교통, 에너지, 교육 부문 등에서 파업을 촉발한 연금개혁법안은 이제 마크롱 대통령의 서명만 받으면 발효된다.
대통령의 측근은 마크롱 대통령이 “며칠 안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올리비에 뒤솝트 노동부 장관은 애초 계획대로 9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연장계획 철회를 촉구하며 12년 만에 연합전선을 구축한 주요 8개 노동조합은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법에 서명한다면 노조와 대화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년연장에 가장 적극 반대하고 있는 강경 좌파 성향의 노동총동맹(CGT)을 이끄는 소피 비네 사무총장은 노동절인 5월 1일 대대적인 연금개혁 반대시위를 예고했다.
이날 헌법위원회의 발표 직후 파리시청 주변으로 1000명이 넘는 시위대가 몰려들었고, 공공자전거에 불을 지르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10년 내 매년 수십억 유로의 적자가 날 것이라며 정년을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노동자의 정년을 올릴 게 아니라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등 다른 방식으로 연금제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여소야대 하원에서 연금개혁법안 부결 가능성이 커지자 표결을 생략하는 헌법 제49조3항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