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제 개편안의 시행 여부가 판가름 될 국회 논의 시점이 정기 국회가 시작되는 오는 9월로 미뤄졌다. 개편안을 마련한 고용노동부는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 개편안 우려를 고려해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개편안의 보완 방향은 이르면 5월 실시될 국민 설문조사 결과로 결정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 내 고용부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내달부터 두 달간 집중적으로 (개편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며 “정기국회에서 (개편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개편안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일반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준비 중이다. 이미 당정은 이 방식의 설문조사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예고했다.
고용부는 당초 이날까지 개편안이 담긴 근로기준법 입법예고를 마치고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식으로 정책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편안은 거센 반발에 부딪친 상황이다. 개편안은 주 단위인 연장근로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늘려 연장근로를 총량 관리하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또 노동조합과 함께 사업장 내 근로자를 대변하는 근로자 대표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정비된다.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책인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 확대(전 업종 3개월 등), 장기 휴가를 돕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 확대 개편도 개편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 장관도 “(고용부는 개편안 발표 이후) 의견 수렴을 위해 41번 현장을 찾았지만, 이들이 (개편안에 대한) 대표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개편안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해 근로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반발한다. 연장근로를 총량으로 관리하면 특정주에 집중근로가 가능해서다. 특정주에 주 69시간 근로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현재 개편안은 ‘주 69시간제’로까지 불리고 있다. 또 일반 근로현장에서도 개편안에 담긴 휴식권 강화는 사내 문화, 업무 강도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안착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개편안에 대한 오해가 크다”고 논란과 비판 지점들을 반박했다. 개편안에서 가장 쟁점이 된 특정주 집중근로에 대해 이 장관은 “이번 개편안의 목표는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근로자가 직접 선출한 근로자 대표가 합의하고 근로자가 직접 동의해야 연장근로가 가능하다”며 “1.5배 연장근로 가산금제와 정부의 근로시간 감독·규제가 있다”고 주 69시간 근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이 장관은 근로자, 작업환경, 업종 등 여러 차이를 빚는 현장에서 현행처럼 획일적인 근로시간제를 적용하다보니 되레 편법과 임금체불과 같은 불법이 일어난 결과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주 52시간제 도입도 현행 근로시간제 적응의 어려움이 됐다”고 말했다. 주 52시간제를 보완해달라는 경영계의 요구와 일치하는 해석이다.
이르면 7월 마무리 될 개편안 설문조사 결과는 개편안의 보완 방향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이 장관은 이날 개편안 보완 방향에 대해 “다양한 옵션(안)을 검토한다”면서도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편안 보완 내용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 조사 결과에서 개편안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게 나오더라도 이르면 9월 국회에 제출된 개편안의 본회의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소야대 국면인 상황에서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계처럼 개편안의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 장관도 “정부는 노동 개혁을 추진하면서 정책 신뢰, 일관성 등 다양한 경험을 얻었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이 불안하거나 원하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