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김혜영기자]주식 시장에서는 연일 에코프로(086520)가 화제다. 600% 수익률을 자랑하며 개인투자자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12일 ‘에코프로’의 향후 가치를 전망한 한 증권사의 리포트 발표 이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해당 리포트 발표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현재, 시장에서 문제로 지적하는 질의에 대한 해당 증권사 연구원의 답변과 에코프로 주가 현황 및 시장 반응 등을 짚어봤다.
▲ “위대한 기업이나 현 주가는 그 위대함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지난 12일 하나증권은 증권사 최초의 에코프로 SELL(매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하나증권은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변경했다. 해당 보고서의 핵심은 “이차전지 시장 성장성은 분명하지만, 현재 주가가 과도하게 고평가 됐다는 것”이다.
즉, 현재 주가 가치에 의문을 표한 것인데, 이 정도 가격까지 오를만한 주식은 아니라는 의견인 셈이다. 국내 증권사가 매도 보고서를 내는 경우가 드물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죽하면, 용감한 애널리스트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에코프로의 현재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가치를 넘어섰다”며 “위대한 기업이나 현재 좋은 주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 기업가치 평가, 합리적 추론?…타당성 ‘의문’
김현수 연구원이 제시한 보고서 내용을 짚어봤다. 일부에서는 가치 평가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하나증권은 2027년 기준 에코프로의 적정 시가총액을 11.8조원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가치는 6,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 수산화리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가치평가의 핵심은 수산화리튬의 가격이다. 하나증권은 수산화리튬의 ㎏당 가격을 8달러로 가정했다. 시장에서 제기하는 의문은 현재 수산화리튬 가격보다 현저히 낮게 책정했다는 점이다. 현재 수산화리튬 가격은 ㎏당 50달러 수준이다. 배터리 사업은 변동비 비즈니스로, 변동비의 절반 이상이 메탈이다. 즉, 메탈 가격이 변동성 확대에 가장 큰 고려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나증권은 수산화리튬 가격을 현재가 대비 6분의 1 토막 난 가격으로 추정했을까.
이에 대한 서울경제TV 질의서에 대한 답변으로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산화리튬 가격이 지난 2년간 10배 상승하며 2022년말 85달러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팬데믹 종료 및 전쟁 완화 국면에서 최근 리튬 가격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해왔다. 김 연구원은 또 “원자재 시장이 2년전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리튬 가격 전망 역시 코로나19 및 전쟁 발발 이전 수준인 8달러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산화리튬 가격 동향에 관한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가 추정한 가격으로 회귀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9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석: 리튬’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 수산화리튬의 ㎏당 가격은 40~50달러로 전망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현재 중국 탄산리튬 가격 수준인 27달러로 미래 가격을 가정해도 기존 가정 대비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가치가 약 3.5배 증가해 기존 추정 대비 약 2조원의 기업 가치 증가가 발생한다”며 “애초에 에코프로 전체의 기업가치 산출액인 11조5,000억원 대비 2조원이 증가한 13조5,000억원을 도출해도, 리포트 발간일 시가총액 20조원 대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에코프로의 향후 성장성을 너무 낮게 책정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하나증권은 에코프로의 주가수익비율(PER)을 2027년 기준 25배로 제시했다. 에코프로의 PER가 이차전지 동종 업계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로 기업 가치가 매겨졌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산업 전반적으로 적용받고 있는 평균 PER이 42배 정도인데, PER 자체도 너무 낮은 배수로 적용 받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 무색해진 과열 우려…흔들리지 않는 주가
이 가운데, 증권가의 우려는 무색해졌다. 증권가의 과열 우려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매수세를 이어갔다. 개인은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주가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나증권의 매도 보고서가 나온 12일, 에코프로는 16% 가량 급락하며 64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러나 12일에도 개인의 매수세는 이어졌고, 지난 18일 기준 65만6,000원으로 올라서며 더 이상의 급락은 없었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주가는 당시(12일)보다 오히려 올랐다. 12일 에코프로비엠은 6% 하락한 27만6,000원에 종가를 나타냈다. 그러나, 18일 기준 29만6,000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이차전지를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러브콜은 지속되고 있다. 에코프로의 바통을 이어받은 포스코그룹주의 주가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POSCO홀딩스(005490)에 대한 의견 하향 리포트가 발간됐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이차전지를 향한 개인과 증권가의 시각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 "증권사가 매수 보고서 내면 팔 시점"…증권사 불신
한편, 이번 사건은 국내 증권사를 향한 신뢰 문제에 화두를 던졌다. 흔히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가 매수 보고서를 내면 매도 타이밍이 온 것 판단한다. 제도권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팽배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상 기업과의 관계, 매수 종목 제시에 치중하는 증권사의 풍토에 매도 보고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장밋빛 전망에 매수 의견을 낸 종목이 거래 정지에 들어간 사례, 보고서 이후 몇 일 사이 악재성 유상증자 공시에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발생했다.결국, 증권사의 꽃은 애널리스트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또한, 선행매매와 같은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일탈도 연초부터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비단, 이를 모든 애널리스트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일반화해서는 안되지만, 이제는 증권사들이 자신들을 향한 개인들의 불신을 마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hyk@s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