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제주 하늘에 하얀 볼 하나가 끝도 없이 날아갔다. 시야에서 사라진 볼이 멈춰선 곳은 그린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페어웨이였다. 기록된 거리는 무려 377.9야드.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부럽지 않은 이 괴물 장타의 주인공은 최영준(21)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대표 영건 김주형과 같은 2002년생으로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2부 무대인 스릭슨 투어 포인트 상위 자격으로 올해 KPGA 정규 투어에 데뷔한 신인이다. 첫 대회인 지난주 개막전에서는 75·73타를 치고 컷 탈락하는 바람에 ‘역대급’ 장타가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두 번째 출전 대회에서 첫날 상위권에 오르며 시선을 끌어모았다.
최영준은 20일 제주 골프존 카운티 오라(파72)에서 열린 골프존 오픈 in 제주(총상금 7억 원) 1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8언더파 단독 선두인 박은신과 4타 차 공동 5위다.
이븐파로 가던 최영준은 9번 홀(파4)에서 377.9야드 대포를 쏘아 간단히 버디를 잡았다. 내리막 홀이기는 해도 엄청난 거리였다. 티샷 뒤 핀까지 남은 거리는 불과 80야드 남짓이었다. 이어진 10번 홀(파4)에서 334야드 드라이버 샷을 앞세워 또 버디를 잡은 최영준은 11번 홀(파5)에서 3연속 버디를 완성했다. 369.5야드 드라이버 샷을 숲으로 보냈지만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가볍게 2퍼트로 마무리했다.
185㎝, 83㎏으로 당당한 체구의 최영준은 크게 힘 들이지 않는 것 같은 부드러운 스윙으로 차원이 다른 장타를 뿜는다. 어릴 적 야구를 했던 영향도 있는 듯하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그는 준회원·정회원 자격 획득에 정규 투어 시드 확보까지 일사천리로 해결해 불과 5개월 만에 아마추어 신분에서 KPGA 투어 선수가 됐다. 그는 “거리를 많이 내려면 헤드 페이스 가운데에 맞혀야 하고, 그러려면 무엇보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며 “투어에 빨리 적응해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박은신은 이글 퍼트 두 방 등으로 선두로 치고 나갔다. 투어 통산 2승을 모두 지난해에 올렸는데 이 가운데 1승이 골프존이 주최한 또 다른 대회인 골프존-도레이 오픈이었다. 통산 11승의 강경남이 6언더파로 2타 차 2위, 신용구와 한승수가 5언더파 공동 3위다. 5승의 서요섭은 최영준과 같은 4언더파 공동 5위. 이원준(3언더파)은 9번 홀에서 티샷을 무려 405야드까지 보냈다. 볼이 카트 도로를 맞고 계속 내려가는 행운이 따랐지만 스코어는 파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