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성년후견인, 법원 허가 받았다면 소송행위 포괄적 허용"

의료사고로 의식 잃은 피해자 가족 소송

재판 확정 뒤 법원 허가 없었다며 재심

대법 "상고 제기할 권한 있어 적법"

대법원. 연합뉴스대법원. 연합뉴스




민법상 성년후견인이 법원으로부터 소송 행위의 허가를 받았다면 소의 취하·화해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행위를 포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의 가족이 의료사고 소송에서 낸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1월 의료사고로 의식을 잃은 뒤 회복하지 못했다. A씨와 그의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의식이 없는 A씨를 대신해 배우자 B씨가 각종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그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했다. '성년후견'은 장애나 질병, 노령에 따른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을 위해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재산 관리나 신상 보호를 지원하는 제도다. 법원은 다만, B씨가 후견인으로서 '소송행위와 이를 위한 변호사 선임행위'를 할 때는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조건을 걸었다.

소송은 1·2·3심을 거쳐 지난해 4월 확정됐다. 병원이 A씨 측에 위자료를 지급하되, A씨 측도 밀린 치료비를 내고 병실에서 퇴거하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B씨는 한 달 뒤 소송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B씨는 항소심에 대해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았는데 항소심 중 병원 측 반소에 응한 것,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한 것은 법원의 허가 없이 수행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성년후견인 지정 당시 법원의 조건을 위반해 재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쟁점은 법원으로부터 받은 허가의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였다. 대법원은 법원으로부터 허가받은 경우도 '후견감독인'이 있는 경우와 같이 위 규정을 준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B씨가 법원의 허가를 받았으므로 이는 '포괄적 허용'으로 봐야 하고, 그러므로 상고 제기 등을 할 권한이 B씨에게 적법하게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후견감독인은 없으나 가정법원이 성년후견인의 권한을 제한한 경우 민법 950조·민사소송법 56조의 규정과 해석을 유추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민법 950조는 후견인이 소송을 비롯한 특정한 행위를 할 때 후견감독인이 있으면 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한다. 민사소송법 56조는 이 경우에도 소의 취하·화해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송 행위는 후견감독인의 동의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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