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바나나는 1970년대만 해도 국내서 찾아보기 힘든 과일이었다. 당시 바나나 낱개 한 개의 가격이 500~1000원 정도였는데, 짜장면 한 그릇이 100원, 버스 요금이 1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싸고 귀했다. 하지만 1991년 바나나가 수입자유화 품목으로 지정되면서 외국산 바나나가 물밀듯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수입산 과일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남녀노소 누구나 흔히 먹을 수 있는 국민 과일로 자리잡았다. 그랬던 바나나의 위상에 최근 금이 가고 있다. 한국인의 과일 섭취량이 전반적으로 주는 대신 비싸고 다양한 과일을 찾기 시작하면서다.
과일 수입 5년 사이 20% 급감…단가 높은 과일 수입 늘어
22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과일 수입량은 2018년 89만 5290톤에서 지난해 71만 2331톤으로 20.4% 급감했다. 과일 수입량은 2019년 81만 5171톤, 2020년 77만 6866톤, 2021년 78만 2778톤으로 계속해서 주는 추세다. 같은 기간 과일 수입액은 14억 8235만 달러에서 14억 453만 달러로 소폭 주는 데 그쳤는데, 이는 원자재비 상승으로 과일 가격이 상승하고 망고·체리·키위 등 수입 단가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입량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바나나 수입 ‘확’ 줄고 키위·망고·딸기 ‘쑥’
특히 수입산 과일 ‘전통 강호’인 오렌지·바나나·파인애플의 수입이 크게 줄면서 전체 수입량 감소를 견인했다. 지난해 기준 바나나 수입량은 31만 9852톤, 오렌지는 7만 7787톤, 파인애플은 6만 7104톤으로 세 품목이 전체 과일 수입량의 65.2%를 차지했다. 이중 전체 수입량의 44.9%를 차지하는 바나나 수입량은 2018년 42만 7260톤에서 5년 새 25.1% 급감했다. 오렌지 역시 같은 기간 14만 2443만 톤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고 파인애플은 7만 7520톤에서 13.4%가량 감소했다.
반면 키위와 망고의 수입량은 크게 늘었다. 키위 수입량은 2018년 3만 2922톤에서 지난해 4만 4351톤으로 34.7%나 늘었다. 망고 수입량은 동기간 1만 6954톤에서 2만 3198톤 36.8% 성장했다. 관세청이 집계하고 있는 수입 과일 20여종 중 2018년 5년 전에 비해 지난해 수입량이 늘어난 과일은 키위, 망고, 라임, 딸기, 자두, 레몬, 대추 등이 해당된다. 라임의 경우 지난해 수입량 2만 467톤을 기록해 16.4% 늘었고, 딸기 수입도 1만 2217톤으로 40.0%가량 크게 성장했다.
“과일 덜 먹는 대신 더 비싸고 달달한 과일 찾아”
이는 한국인들의 과일 섭취량이 전반적으로 준 대신 최근 들어서는 먹기 편하고 당도가 높은 과일을 선호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농촌진흥청의 지난해 조사 결과 1인당 연간 과일 소비량은 2020년 51.5㎏으로 2015년보다 8.3㎏ 줄었다. 아울러 설문 조사에서 ‘수입 과일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소비자는 2015년 53.9%에서 2020년 46.1%로 준 반면 국산 과일을 선호한다는 소비자는 같은 기간 55.0%에서 45.0%로 주는 등 과일 입맛이 다양화·고급화되는 트렌드도 한몫했다. 오렌지의 경우 국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산 오렌지가 ’90년 만의 최악‘의 작황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망고의 경우는 페루산 망고가 2020년 무관세로 전환됨에 따라 페루산 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1만 3426톤이었으나 2021년에는 2만 2291톤으로 5년 사이 60%나 늘었다. 필리핀산보다 당도가 높은 태국산 망고 비중도 증가 추세다. 키위와 망고 등의 수입이 크게 는 것은 당도가 높은 과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 오렌지의 경우 당도가 11브릭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망고의 경우는 15~16브릭스, 키위는 16~17브릭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