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가 영상통화를 통해 다른 앵무새와 소통하면서 외로움을 덜 느낀다는 이색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노스이스턴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반려 앵무새 18마리의 행태를 관찰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해당 연구결과는 미국 컴퓨터협회(ACM)가 주최한 ‘컴퓨터-인간 상호작용 학회 콘퍼런스(CHI 2023)’에서 발표됐다.
야생의 앵무새들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지만, 집에서 애완동물로 한두 마리씩 키우게 되면 심리적 문제를 보일 수 있다. 외로움을 느끼고, 심한 경우 깃털을 뽑는 등 자해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앵무새가 영상통화를 통해 다른 무리와 교감할 수 있다면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가정에서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에 참여한 반려 앵무새는 앵무새와 주인을 위한 온라인 코칭 프로그램 ‘앵무새 유치원’ 사용자들 가운데 모집했다.
연구에 따르면 화상통화를 한 앵무새는 깃털 고르기나 노래, 놀이 등 사회적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연구에 앞서 주인은 새들이 다른 새와 영상통화를 하고 싶다고 요청할 때 둥지에 마련된 종을 울려야 한다는 점을 가르쳤다. 종이 울리면 주인은 다른 앵무새들의 사진이 담긴 태블릿PC 화면을 보여줬고, 새들은 스스로 소통 상대를 골랐다.
3개월의 연구 기간 새들은 주인에게 의사를 표시해 147회의 영상통화를 했고,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총 1000시간이 넘는 영상 자료를 분석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가장 많은 울음소리를 낸 앵무새가 다른 앵무새로부터 인기가 많았다”며 “앵무새는 자신이 화면을 통해 다른 새와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앵무새의 다양한 행동의 범위에 상당히 놀랐다”며 “어떤 앵무새는 노래를 부르고, 어떤 앵무새는 장난을 쳤으며, 다른 새에게 자기 장난감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팀은 영상통화가 잠재적으로 윤리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주의를 촉구했다. 모든 영상통화는 사려 깊게 실행돼야 하고 새들에게 선택 권한을 줘야 하며, 그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