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목에 크고 딱딱한 혹이 만져졌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시체를 매장하는 산에서 화전농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던 야 시옹(37) 씨는 병원에 갈 꿈조차 꾸지 못했다. 한창 호기심 많을 나이인 사이사바트 베(19) 씨는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집안에서만 지냈다. 태어날 때부터 심장에 뚫려 있던 구멍이 나이를 먹을수록 커지면서 호흡곤란이 심해졌지만 수술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라오스의 두 여성이 한국 의료진과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한국에서 새 삶을 얻었다. 서울아산병원은 2월 말 라오스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도중 만난 갑상선암 환자 시옹 씨와 선천성 심장병 환자 베 씨가 한국에서 무사히 치료를 받고 이달 24일 라오스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라오스는 2022년 기준 인구가 750만 명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가장 작고 국내총생산(GDP)은 190억 달러로 협소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돔사이는 의료 환경이 열악하고 의료보험 체계가 미비한 지역으로 대다수 주민들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의사·간호사·약사·관리직 등 총 62명으로 구성된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은 올해 2월 18일부터 25일까지 라오스 우돔사이 지역을 방문해 봉사 활동을 펼쳤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월 캄보디아 방문을 끝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3년여 만에 재개됐다.
강우석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암 수술은커녕 조직 검사조차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운 현지 상황을 고려해 시옹 씨를 한국으로 이송해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이달 7일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한 시옹 씨에게 정밀 검사를 시행한 결과 갑상선암이 많이 진행돼 신경까지 침범할 위험이 커 보였다. 더 지체했다면 암이 식도를 침범해 목소리가 변형되고 식사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흘 뒤인 11일 이윤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집도로 갑상선암 제거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시옹 씨는 수술 후 빠르게 회복했다. 시옹 씨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을 만난 것은 기적”이라며 “잘 치료해준 의료진에 감사드린다. 라오스에 있는 6명의 자녀들에게 건강한 엄마의 모습을 얼른 보여주고 싶다”는 퇴원 소감을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은 한국에서 성공적인 치료를 마치고 돌아간 두 환자 외에도 라오스 현지에서 총 1980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소화기내과·호흡기내과·이비인후과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양한 질환에 대해 진료를 했고 외과 수술 18건, 백내장 수술 20건, 안과 시술 27건이 이뤄졌다. 그 밖에 내시경 14건, 초음파 241건, 심전도 50건 등도 진행했다. 라오스 환자들의 치료비와 항공료 등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전액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