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운용사들이 개발한 공모펀드가 출시 이후 잇달아 수백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투자 손실이 나면 보수를 받지 않는 성과연동제나 대표이사 직접 운용 등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워 침체한 공모펀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의 ‘VIP한국형가치투자펀드’에는 올해 들어 26일까지 총 308억 원이 순유입돼 같은 기간 전체 주식형 펀드 중 세 번째로 큰 순유입 규모를 기록했다. 기간을 최근 일주일로 좁히면 순유입액은 95억 원으로 1위였다. 이 펀드는 이달 3일 판매를 시작해 실질적으로 자금이 유입된 기간은 3주 남짓이다. 더제이자산운용이 1월 출시한 ‘더제이더행복코리아펀드’도 연초 이후 204억 원이 순유입돼 전체 주식형 펀드 중 6위를 기록했다.
두 펀드 모두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사모펀드 명가’로 유명한 운용사들이 출시한 공모펀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VIP운용와 더제이운용 모두 사모펀드·투자일임 영역에서 3조 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고 있다. 각각 지난해 7월과 11월 집합투자업 인가를 획득해 공모펀드 시장에 진입했다. 특히 VIP운용은 1월 출시한 공모펀드도 하루 만에 300억 원 한도 물량을 ‘완판’한 데 이어 2호 공모펀드까지 연타석으로 흥행시켰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역시 2019년 사모운용사 중 가장 먼저 공모로 전환하며 출시한 ‘타임폴리오 위드타임’으로 꾸준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64.13%, 총순자산은 6326억 원에 달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사모운용사들이 내놓은 공모펀드가 연속 흥행하며 침체한 공모펀드 시장에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모펀드 설정액은 최근 급격히 줄어들어 올 2월 16년 만에 처음으로 100조 원 선까지 무너졌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이동하면서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이 올 들어서만 6537억 원 증발했다.
사모운용사들의 흥행 비결로는 차별화된 전략이 꼽힌다. VIP운용과 더제이운용 모두 대표이사가 직접 공모펀드를 운용한다. VIP운용은 나아가 손실 시 보수를 받지 않는 성과연동제를 내세워 주목받았다.
선발 주자들이 속속 성과를 내자 공모펀드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사모운용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공모펀드 인가를 획득한 DS자산운용은 상반기 내 공모펀드를 출시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사모펀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사모운용사가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공모펀드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