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라덕연, 김익래에 책임 넘겼지만…키움증권 사장 "일면식도 없어"

◆주가조작 후폭풍

라 대표, 폭락 배후로 김 회장 지목

金, 2거래일 전 매각 605억 확보

황현순 "지분매각 우연" 의혹 부인

김영민 서울가스회장도 주식 처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를 두고 의혹 당사자들 간 주가조작 주범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당초 주가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던 H투자자문 업체의 라덕연 대표가 “나도 피해자”라며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배후론’을 띄우자 키움증권 측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조사하겠다”며 이들을 모두 수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2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그간 주가 급등락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 대표는 27일부터 돌연 이번 주가 폭락 사태의 책임을 김 회장에게 돌리고 나섰다. 그는 전날과 이날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일련의 하락으로 인해 수익이 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김 회장을 주가 폭락의 배후로 꼽았다. 라 대표는 “키움증권발 반대매매가 나오기 전주 목요일에 대량의 블록딜(매수자 지정 매매)이 있었다”며 “폭락 직전 600억 원 정도의 물량을 김 회장이 팔았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전화와 문자를 통해 라 대표 측에 수차례 접촉을 시도하고 질의를 보냈지만 회신이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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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김 회장은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3.66%)를 주당 4만 3245원에 시간 외 매매로 처분해 총 605억 4300만 원을 확보했다. 이날은 SG증권발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2거래일 전이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대량 매도를 이미 알고 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다우키움그룹 측에서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금감원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한 ‘증권업계 시장현안 소통회의’에 참석한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공교롭게도 그때 매각을 했던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황 사장은 “사실은 (김 회장이) 그전부터 팔려고 했다”며 “키움증권에서 거래 정보를 줘서 매각 타이밍을 잡은 것 아니냐고 하지만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는 실시간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우리는 알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라 대표가 ‘이익을 본 사람’이 배후라며 김 회장을 지목한 데 대해서는 “라 대표는 저희도, 회장님도 알지 못한다”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고 그냥 엮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라 대표와) 전혀 일면식도 없다”며 “0.00001%의 가능성도 없고 직을 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주가 폭락 전 주식 매각으로 대규모 이득을 취한 재계 총수가 또 있다는 점이다.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도 이번 주가 폭락 전 보유 주식 일부를 처분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달 17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보유한 서울가스 주식 10만 주를 매도했다. 매도 단가는 주당 45만 6950원이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총 456억 9500만 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주식 매각으로 김 회장의 지분율은 11.54%에서 9.54%로 낮아졌다.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도 주가조작 사태에 연루된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만규 아난티 대표는 이날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의혹과 어떠한 연관도 없다”며 “이 전 회장은 2015년 사내이사 사임 후 아난티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 당국은 기업 총수들에 대한 수사도 엄정히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 원장은 서울 중구 을지로 미래에셋증권 센터원빌딩에서 열린 퇴직연금 관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건이 발생한 직후 금융위원회나 금감원이 시장에 여러 경고 메시지를 낸다거나 검찰과 협조해 신속히 출국 금지 조치를 했던 점 등도 같이 봐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다만 김 회장에 대한 조사 또는 수사가 진행될지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언론이나 투자자들이 합리적 의심을 갖고 문제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흘려듣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서종갑 기자·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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