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십자각] '죄의 저울'과 국민의 '법감정'

안현덕 사회부 차장






‘양형(量刑)’은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해 형벌의 정도·양을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판사는 해당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상 기본형량에 감경·가중 인자를 적용해 ‘징역 ○형(또는 벌금)’을 선고한다. 양형기준은 법원이 피고인에 대한 선고에서 죄의 무게를 정하는 ‘저울’인 셈이다. 하지만 양형기준을 기반으로 한 선고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법원이 결정하는 선고 형량과 이른바 ‘국민 법감정’이 항시 일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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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방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 사고에 대한 판결이 대표적이다. 당시 60세 남성 A씨는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 여성 B씨가 사망했다.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상태였다. 게다가 이미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으나 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공탁을 한 점을 감경 사유로 제시했다. 이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5조 11·음주 운전 사망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상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가장 낮은 형량이었다. 피해자 유족들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 글에서 ‘대낮 사망사고를 내고 징역 3년을 받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법원이 죄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형벌의 정도에 대해선 B씨 유족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범죄의 인정이나 공탁이 반성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는 ‘양날의 검’으로 꼽히는 공탁이 지닌 오랜 숙제이기도 하다. 공탁은 피해 회복을 위해 피의자가 법원에 돈을 맡기는 행위를 뜻한다. 과도한 합의금 요구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이라고 하나, 금액의 정도에 따라 피해복구나 변제 의사 유무 등을 가늠할 수 있느냐는 감경 사유상 반성과 함께 오랜 논란 거리다. 또 ‘판사의 재량권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을 ‘최후의 보루’라고 말한다. 구속영장 발부에서 판결 등까지 모든 판단을 내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판사의 결정은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특히 법원 결정이 피의자·피해자 모두에게 존중받기 위해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신뢰할 수 정도의 양형기준이 근간이 돼야 한다. 제9기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가 오는 9일 출범한다. 범죄군(群) 선정 등을 시작으로 2년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새판을 짠 양형위가 공탁, 반성 등 양형기준에 대한 오랜 물음표를 지울 해법을 제시할 수 있길 기대한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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