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양극재 생산 업체 엘앤에프(066970)가 국내 대신 해외에서 6600억 원 이상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부터 여러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투자 유치를 위한 협상 테이블을 차려왔지만 마지막에 훨씬 후한 조건을 제시한 해외 투자은행(IB)이 결국 단독으로 투자할 기회를 낚아챘다.
1일 IB 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최근 5억 달러(6628억5000만 원) 규모 교환사채(EB)를 싱가포르에서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해당 EB는 JP모간이 발행을 주관해 총액 인수 했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다수의 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재판매 될 예정이다. 엘앤에프가 해외 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엘앤에프 EB는 표면이자와 만기이자가 각각 2.5%, 만기는 7년으로 설정됐다. 다음달 6일부터 만기 전까지 엘앤에프 보통주로 교환할 수 있게 된다. 발행가액은 43만8100원으로 결정되면서 최대 151만3010주가 보통주로 교환될 전망이다. 엘앤에프는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약 273만주를 활용해 해당 EB를 보통주로 바꿔줄 계획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엘앤에프의 투자 유치 규모는 3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돼 왔다. 국내에선 JKL파트너스를 비롯해 IMM프라이빗에쿼티, 한국투자증권 등이 엘앤에프에 투자하기 위해 회사와 논의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IB인 JP모간 해외 기관투자가를 확보했고 투자 조건을 회사 측에 훨씬 유리하게 제시하면서 EB 전체 인수에 성공했다. JP모간은 EB 발행가액을 최근 주가 대비 30% 할증하고 이자율도 2%대로 낮춰주면서도 투자 규모는 두 배 가량 늘려 엘앤에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발행가액을 높인 엘앤에프는 자사주를 계획보다 적게 활용하고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게 됐다.
엘앤에프와 직접 투자 협상을 했던 국내 한 PEF 관계자는 “EB할증 발행에 이자율은 낮아지면서 기대수익률이 예상보다 하락한 것이 투자 무산의 이유”라면서 "엘앤에프 입장에서는 해외 투자유치로 자금 조달 창구와 규모를 넓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엘앤에프 투자 유치전에 다수의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몰린 건 회사 실적이 급상승 추세인데다 향후 사업 전망도 밝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약 4배인 3조8873억 원, 영업이익은 6배 증가한 2663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올 해 엘앤에프 매출액을 약 6조5700억 원, 영업이익은 4000억 원으로 예상하며 당분간 실적 상승 그래프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국내 배터리 회사들의 수주 실적이 쌓이고 있고, 이에 핵심 소재인 양극재 수요 역시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엘앤에프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국내외 공장 추가 건설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선 대구에 총 6500억 원을 들여 이미 새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고 미국에서도 첫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를 위해 최근 정부에 해외 진출을 위한 심의를 신청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청 후 3개월 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엘앤에프는 정부 승인을 얻은 뒤 미국 법인에 자금을 신규 출자해 공장 건설 대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