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한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사찰에 입장할 때 징수하던 문화재 관람료를 4일부터 면제한다고 조계종과 문화재청이 1일 발표했다. 해당 사찰은 해인사, 불국사 등 조계종 산하 전국 65개 사찰이다. 이에 따라 이들 사찰에 무료입장이 가능해졌다. 덩달아 그동안 제기됐던 '국립공원 통행세’ 논란도 해소되게 됐다.
문화재청과 조계종은 4일 시행되는 개정 문화재보호법을 계기로 사찰 입장객에 대해 관람료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개정 법률은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관람료를 감면하는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해당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 조계종 측은 별도로 이번 조치가 “문화재보호법에 문화재 관람료 감면 비용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돼 시행되는 것”이라며 “문화재 관람료의 ‘폐지’ 보다는 ‘감면’ 또는 ‘무료입장’으로 표현해 달라"고 전했다.
정부는 비용 지원을 위해 올해 사업비 419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즉 사찰 관람자의 직접 비용 지불을 없애고 이를 국가 예산이 부담하는 셈이다. 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 또는 관리단체로부터 6월 말까지 관람료 감면 비용 지원 신청서를 받는다고 전했다.
다만 보문사 등 시·도지정문화재를 보유한 5개 사찰의 경우 관람료를 계속 징수할 것이라고 조계종이 설명했다. 이들 사찰의 문화재는 개정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는 지난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징수되기 시작됐다. 이어 1970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와 통합 징수됐다. 그런데 2007년 1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고 이후에도 사찰 측이 문화재 관람료를 따로 받으면서 방문자와 갈등을 빚었다.
조계종 측은 문화재 관리·보존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었다. 다만 등산을 목적으로 왔다가 사찰이 관리하는 구역을 지나게 돼 관람료를 낸 방문객들은 ‘통행세’와 다를 바 없다며 반발해 왔다.
이번 조치로 ‘국립공원 통행세’ 논란과 상관없는 사찰들의 입장료도 면제됐는데 이들에 대한 관람객이 늘 경우 사찰에 대한 추가 관리비용이 올라가면서 새로운 논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문화재청과 조계종은 관람료 감면 및 정부 예산 지원 개시를 앞두고 이날 오전 ‘불교문화유산의 온전한 보존 및 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불교 문화유산이 지니는 가치가 오롯이 계승될 수 있도록 양측이 최선의 노력을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화재청과 조계종은 국민들이 불교 문화유산을 향유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각종 정책을 공동으로 수립·실행하기로 했다.조계종은 관람료 감면 비용 국비 지원에 대해 “그동안 자연공원 등에서 문화유산의 보존과 계승을 비롯해 생태계 보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던 사찰의 사회적 공헌과 공익적 가치를 평가받게 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재청은 “국민들이 불교문화유산을 보다 부담없이 향유할 수 있게 되어 문화향유권이 크게 증진되고, 나아가 불교문화유산의 관람객 증가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조계종은 문화재청과 함께 관람료 면제 첫날인 4일 오전 10시에 충북 보은군 소재 법주사에서 문화재청 관계자 등과 함께 ‘불교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벌인다. 또 그간 사용하던 ‘법주사 매표소’의 명칭을 ‘법주사 불교문화유산 안내소’로 바꾸고 문화재 관람료 감면 제도와 불교 유산을 홍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