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처럼 보이는 그림 한 장이 경매 사이트에서 1240달러(한화 166만 원)에 팔렸다. 삐뚤삐뚤한 선으로 그린 유령 캐릭터는 얼핏 보면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지만, 50대 중년의 동심이 담긴 '작품'이다. 아디다스·슈프림 등 유명 패션 브랜드와 수십년간 협업하며 두터운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마크 곤잘레스(55)가 그 주인공이다.
패션 브랜드 '마크 곤잘레스'의 론칭을 기념해 방한한 곤잘레스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은 옷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이나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특성이 강하다"며 "동심을 패션으로 그려낸 ‘마크 곤잘레스’를 한국에서 자유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스트리트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곤잘레스는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기 스케이트 보더이자 아티스트다. 어릴 적 스케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 넣기 시작한 것이 예술 활동의 시작이다. 성인이 된 1987년 구매한 집에서 유명을 달리한 이전 집주인의 영혼을 느껴 단숨에 그려 낸 '엔젤 도형'으로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국내에는 201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마크 곤잘레스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 10~20대를 중심으로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아웃도어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전개하는 더네이쳐홀딩스와 손잡고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스케치북 위에 쓱쓱 그려낸 곤잘레스의 작품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로는 자유분방함이 꼽힌다. 강렬한 불꽃 모양의 아디다스 심볼을 귀여운 유령 캐릭터로 변신시켜 반전을 연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곤잘레스는 이 같은 동심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스마트폰 대신 '삐삐'로 불리는 무선호출기를 사용하고, 영감이 떠오를 때를 대비해 집 안에 발길이 닫는 곳마다 스케치북을 놓는다.
올 하반기 역시 향수를 주제로 곤잘레스의 유년시절 감정을 풀어낸 아트워크를 활용해 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곤잘레스는 "영감은 혼자 얻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라며 "사람뿐 아니라 사물, 자연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곤잘레스는 더네이쳐홀딩스와 자신의 지식재산권(IP)을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곤잘레스는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된 국내 한 패션 기업 등과 상표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특허심판원 상표 등록 무효심판에서 승소했으며, 다음 달 저작권 침해 금지소송 관련 법원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곤잘레스는 "공식 파트너인 더네이쳐홀딩스와의 협업을 통해 마크 곤잘레스라는 사람과 제품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