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 여부를 두고 검찰·송 전 대표 측이 재차 충돌했다. 송 전 대표 측은 “2일 검찰에 자진 출두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협의된 바 없다”며 조사 자체가 불가하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양측 장외 신경전이 한층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송 전 대표 측 선종문 변호사는 1일 언론에 보낸 메시지에서 “송 전 대표가 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 직후 검찰은 “피조사자가 일방적으로 ‘내일 나가겠다’고 발표하는 건 다른 일반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형사절차와 맞지 않는다”며 조사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또 “원하면 서면으로 입장을 내면 된다”며 “수사팀이 필요할 때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송 전 대표 소환 일정을 두고 장외 설전을 벌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프랑스 체류 중이던 송 전 대표는 지난 달 24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당시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당시에도 “아직 협의된 바 없다”며 일축한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소환 조사,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양측간 장외 충돌이 한층 격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본인은 물론 주변까지 사정 칼날이 드리우자, 직접 검찰에 출두해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이 ‘협의조차 되지 않은 조사다, 향후 소환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수사가 진행될 수록 양측 사이 장외 ‘수 싸움’이 격화될 수 있다.
검찰과 송 전 대표 측이 소환 일정을 협의하는 순간까지 평행선만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이날 송 전 대표의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상황실장 등 주거지 3~4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달 29일 송 전 대표의 전·현 주거지와 외곽 후원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지 단 이틀 만에 다시 강제수사에 나서는 속도전이다. 검찰은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서 비롯된 경선캠프 관계자들의 돈봉투 살표 의혹과 별도로 송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자금을 조달했을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특히 참고인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9400만원 외에 추가로 더 많은 자금이 뿌려진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또 압수수색 영장에 송 전 대표를 돈봉투 살표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경선캠프와 먹사연 자금 담당자 등이 겹친다는 점에서 먹사연에서 관리하던 기부금 등이 경선 캠프로 동원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송 전 대표가 자진 출석을 재차 강조하는 이면에는 두 가지 전략이 숨어 있다”며 “우선 본인이 재차 직접 검찰 조사를 받겠다며 향후 있을지 모르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하는 전략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에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염두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이어 “검찰의 연이은 강제 수사에 본인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려는 움직임으로로 보인다”며 “의혹과 무관하다거나, 몰랐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는 여론전 양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