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인공지능(AI)을 낙점한 LG(003550)그룹이 AI 관련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성장동력이 될 만한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일찍이 발굴해 주요 사업과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올해만 AI 기술을 지닌 스타트업 4곳에 투자했다. 한 달에 한 곳 꼴로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에는 LG그룹이 2018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CVC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 총 7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총 펀드 규모는 5억 달러(약 6705억 원)에 달한다.
AI 교육·물류·디바이스 다방면 투자 단행
가장 최근 투자한 업체는 AI 기반 비즈니스 학습 플랫폼 '딥하우'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딥하우의 1400만 달러(약 190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에 시에라벤처스, 퀄컴벤처스 등 복수 벤처투자사와 함께 참여했다. 딥하우가 만드는 비즈니스 학습 플랫폼은 작업 공정이나 업무 순서 동영상을 올리면 AI 기술을 통해 주요 단계를 분석하고 알맞은 자막 및 번역을 추가해준다.
앞서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3월부터 AI 알고리즘으로 스마트 물류 솔루션을 만드는 ‘벤티테크놀로지’의 2880만 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비롯해 언제 어디서 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AI 기반 신개념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개발 중인 ‘휴메인’의 시리즈C 투자 라운드에도 참여했다. 올해 초에는 AI 기술 기반으로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을 감지해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솔루션을 만드는 ‘흄AI’에도 투자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2020년 제조업 AI 솔루션 스타트업 마키나락스를 시작으로 AI 관련 스타트업 투자 닻을 올렸다. 이를 시작으로 AI 맞춤형 광고 플랫폼 ‘몰로코’·AI 기반 의료 영상 분석 스타트업 ‘제브라 메디컬 비전’(2020년), AI 기반 개인정보 보호 플랫폼 ‘듀얼리티’(2021년), AI 기반 가상인간 제작 플랫폼 ‘인월드 AI’(2022년) 등을 투자 목록에 꾸준히 추가했고 올해 들어 AI 관련 투자 기업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자체 연구 이어 투자 통한 협업 모색 나서
이러한 투자 행보는 LG가 그룹 차원에서 AI와 관련한 다양한 산업들의 성장 추이를 긴밀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LG는 2020년 그룹 차원의 AI연구 허브로 설립된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EXAONE(엑사원)’ 관련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까지 AI 연구개발에 2000억 원을 투자하고 그룹 내 전문가 1000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창기 70명 안팎이었던 조직 규모는 출범 2년 만에 200명을 웃돌 정도로 커졌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미래 먹거리 확보를 강조하는 LG그룹 기조와도 연관돼 있다. LG는 투자한 스타트업들을 통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주요 계열사와의 협업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별 사업 특성에 따른 개별 AI 연구도 활발하기 때문에 여러 스타트업과 다양한 협업 전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도 AI, 바이오(Bio), 기후기술(Clean tech) 등 이른바 ‘ABC’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강조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10년, 15년 뒤를 대비한 미래 기반 확보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