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투자자가 스스로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들어 투자하는 ‘다이렉트 인덱싱(직접 조합)’ 서비스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국내 펀드 시장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직접투자 방식을 차용한 다이렉트 인덱싱 상품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투자 업계는 미국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인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투자 대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했다.
KB증권은 지난달 28일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두 번째로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2일 밝혔다.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는 투자자가 목적·성향 등에 맞는 주식 포트폴리오를 직접 설계·관리하는 투자 방식이다. 투자자들이 신규 테마 관련 펀드나 ETF를 즉각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
KB증권의 다이렉트 인덱싱은 투자 전 단계에 KB자산운용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마이포트(Myport)’ 엔진으로 투자자 본인이 개인화지수를 구성해 전략함에 보관하는 방식을 따른다. 투자 진행 단계에서는 전략함에 보관한 포트폴리오로 가상 투자를 한 뒤 최대 50종목까지 일괄 매매할 수 있다. 투자 후 단계에서는 시장 상황과 주가 등락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리밸런싱(정기 변경)’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KB증권은 예시 포트폴리오 ‘프리셋’을 활용하면 일반 투자자도 전문가 수준으로 개인화지수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셋은 △테마 전략 △업종 전략 △나만의 전략 △대가들의 전략 등 네 가지 유형의 전략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NH투자증권은 2월 관련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출시하고 코스피·코스닥 등 기본 시장 지수를 비롯해 자체 개발한 아이셀렉트(i-select)지수로도 투자자가 원하는 종목을 조율할 수 있게 했다. 기업별 투자 비중은 물론 리밸런싱 주기도 투자자가 직접 설정한다. 한화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관련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이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상품이어서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미국 내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 규모는 2018년 185조 원, 2019년 385조 원, 2020년 500조 원을 기록했다. 올리버와이먼은 2025년에는 이 시장이 215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투자자들이 펀드매니저 수준의 투자 전략을 개인화된 방식으로 구현하고 싶어 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활용할 경우 더 적극적인 투자 전략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