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연휴(4월 29일~5월 3일) 마지막 날인 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솔라나쇼핑몰은 가족과 함께 나온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점심시간을 조금 지났음에도 20~30분씩 대기하는 식당이 대부분이었다. 아이 손을 잡고 장난감을 구경하던 가오칭 씨는 “이번 휴가 기간에는 베이징 공원 등을 찾았다”며 “딸이 좋아하는 인형을 사주고 피자를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다시 과시 소비를 시작했으며 명품 매출이 늘어 업계가 반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로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늘어선 쇼핑몰과 거리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져 최대 번화가인 난징루 일대에는 노동절 연휴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 명품 매장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중국 소비 회복의 영향은 명품 브랜드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NYT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매출이 17% 증가했다. 패션 및 가죽 제품은 중국 내 매출 반등에 힘입어 18%나 늘었다.
브루넬로쿠치넬리는 1분기 매출이 56%나 급증했다. 루카 리산드로니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을 중국 시장의 ‘황금의 해’라고 평가했다. 에두아르 오뱅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한국 같은 다른 핵심 시장에서의 약간의 둔화를 감안할 때 중국이 올해 명품 산업의 핵심 성장 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명품 소비 행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해외 소비보다 중국 내 구매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의 면세 사업을 키우려는 중국 당국의 정책이 중국인의 명품 구매 방식을 바꾸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데이터 제공 업체 샌들우드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4월 중국 소비자의 사치품 지출 중 62%가 중국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41%)과 비교해도 2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노동절 연휴 기간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지만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 베인의 수석파트너 클라우디아 다르피치오는 중국 본토의 중산층과 고소득 소비자가 2030년까지 두 배인 5억 명으로 늘어나고 글로벌 명품 구매에서 중국이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민일보가 인용한 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흘간 여객 운송은 1억 5900만 건 이상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1일 주요 소매·음식점 매출이 지난해보다 15.6% 늘었고 그 중 자동차와 의류가 각각 25%, 24%로 상승 폭이 컸다. 연휴 기간인 2일 오전 기준 중국 박스오피스도 11억 위안(약 2124억 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