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의 잠수함 지휘관이 최근 전술핵 탄두를 탑재한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에 승선한 사실이 공개됐다. 유사시 적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화력을 가진 미국 SSBN에 우리를 포함한 3국 잠수함 지휘관이 함께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미 국방부는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를 통해 지난달 18일 이수열 해군 잠수함사령관(소장)과 릭 세이프 미 7잠수함전단장(준장), 다와라 다테키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함대사령관(중장)이 괌 미군기지를 방문해 전략핵잠인 ‘메인함’(SSBN 741)에 승선한 사실을 관련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세이프 준장은 “이번 승선은 한국 및 일본과의 특별한 관계와 각 동맹에 대한 우리의 철통 같은 약속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략핵잠은 미국 핵 억제력의 매우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며 결정적인 요소”라고 소개했다.
미 국방부의 사진 공개는 7~8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미 해군의 SSBN은 전략폭격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더불어 미국의 핵 ‘3축’ 중 하나로 미 핵 전력 가운데서도 가장 은밀한 자산이라 ‘최후의 병기’로 불린다. 이런 SSBN에 우리 잠수함 지휘관을 승선시킨 것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우리 군 당국은 “(3국 잠수함사령관의) 이번 방문은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미국의 확장 억제 제공 현장 확인, 잠수함부대 지휘관 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 오하이오급 SSBN에는 사정거리 1만 2000㎞에 이르는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는 수직 발사관이 24개나 탑재됐다. 오하이오급 SSBN에는 수kt(1kt=TNT 1000톤의 파괴력)에 이르는 저위력 '트라이던트 II’ 탄도미사일이 장착돼 있다. 미 해군은 14대의 오하이오급 SSBN을 운용하며 이 중 8대가 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에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에는 대북(對北) 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신설과 확장 억제력의 가시성 증대 수단인 SSBN의 정례적인 한국 기항이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미국이 공개한 메인함이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후로 한국에 기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해군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워싱턴DC 정상회담 전날인 지난달 26일 메인함이 보급을 위해 태평양 괌 기지에 입항한 사진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이 한일 잠수함사령관들을 SSBN에 초대해 승선시킨 것은 3국의 해상 전력 간 상호 운용성을 대폭 향상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 개발을 지속하고 근래에는 사실상 러시아의 핵어뢰를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자칭 핵무인잠수정 ‘해일’ 시리즈까지 개발해 수중 기폭 시험을 하는 등 갈수록 해상 기반의 핵 도발 역량을 확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잠수함 분야에 정통한 한 예비역 제독은 “우리 군이 이지스함·중형잠수함·대잠헬기 등을 대거 확충했지만 수심의 구조와 수심별·계절별 수온·밀도가 변화무쌍한 동해 등에서는 적의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이 굉장히 까다롭다”며 “미국과 일본은 대잠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선 노하우와 전력을 갖춘 만큼 앞으로 잠수함 기반의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군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우리 기업이 남북 간 경협을 위해 지었던 해금강호텔의 하층 지지대를 최종 해체한 것으로 파악됐다. 4일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에 대해 우리 통일부는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