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어머니 빈자리 메꿀까…군주제 회의론·가족불화 등 숙제로

英 국민 36% "군주제 부정적"

영연방 국가 결속력도 낮아져


찰스 3세 국왕이 대관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왕좌에 오르면서 영국은 70년 만에 새 시대를 개막했다. 그러나 영국 사상 최고령에 즉위한 국왕 앞에 산재한 과제는 만만치 않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군주제 회의론에 맞서 왕실의 존재 의미를 입증하고 영연방 국가들의 강력한 구심점이 돼왔던 엘리자베스 2세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왕실 내부적으로 해리 왕자와의 갈등 등 가족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난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 시간) “대관식 이후 새로운 국왕이 영국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가 많은 걸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재임 기간 높은 인기와 카리스마로 영국과 영연방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일평생을 왕위 후계자로 지내온 찰스 3세의 경우 그의 어머니와 비교해 국왕으로서의 입지가 좁다.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지지율은 말년에도 70%를 웃돌았지만 찰스 3세의 지지율은 집권 초기 3개월 동안 55%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주제에 대한 영국인들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은 그에게 커다란 악재다. CNN과 여론조사 업체 사반타가 영국 성인(18세 이상) 2093명을 대상으로 설문 후 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6%는 왕실에 대한 의견이 10년 전보다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답변은 21%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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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재정에 대한 여론 역시 더 이상 호의적이지 않다. 대관식을 앞두고 찰스 3세의 재산이 최소 18억 파운드(약 3조 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자 영국 내에서는 국가가 왕실 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이에 더타임스는 “새 왕실의 재정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면밀히 조사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외적으로 이탈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는 영연방의 결속력을 높이는 것 역시 찰스 3세의 중요한 과제다.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정치·경제적 지위가 위축되면서 영연방 56개국의 종주국으로서 영국의 구심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영국 보수당 마이클 애슈크로포트 상원의원이 영국과 14개 영연방 국민 2만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6개국에서 국민투표 시 ‘공화국 전환’을 택하겠다는 답변이 ‘군주제 유지’보다 많았다.

찰스 3세의 영국 왕실이 과거 제국주의 식민 지배 시절을 반성하는 등 현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뉴질랜드·캐나다·파푸아뉴기니 등 영연방 12개국 원주민 지도자들은 대관식 전날 찰스 3세에게 보낸 서한에서 식민 지배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왕실 재산을 이용한 배상을 촉구했다.

찰스 3세가 당면한 왕실 가족 내 갈등 상황 역시 쉽지 않다.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 이혼 과정에서 다이애나비가 그의 불륜을 폭로해 왕실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한 바 있다. 이후 커밀라 왕비는 2005년 찰스 3세와 결혼했지만 왕세자빈 칭호를 받지 못했고 찰스 3세가 왕위에 오른 뒤에야 공식적으로 왕비 칭호를 받았다. 차기 왕위 계승 1순위인 윌리엄 왕세자와 찰스 3세의 둘째 아들인 해리 왕자의 관계 역시 불안 요인이다. 해리 왕자는 찰스 3세, 윌리엄 왕세자와 사이가 틀어진 후 2020년 왕실을 떠나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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