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종식이 가까워지면서 야외 활동이 늘자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폭력이나 강력 범죄가 소폭 증가하고 교통 범죄는 오히려 감소하는 가운데 유독 여성 범죄만 급증해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성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통계에 잡히는 수치가 많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8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분기별 범죄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여성 피해자 발생 건수는 11만 434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생한 여성 피해자 발생 건수는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여성 피해자 발생 건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범죄 유형은 성폭력 등 강력 범죄(77.0%)이고 △폭력 범죄(38.1%) △재산 범죄(37%) △교통 범죄(32.6%)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 피해자 증가 추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전체 범죄 건수 및 기타 다른 범죄의 발생 건수는 큰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발생한 전체 범죄는 41만 470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다. 최근 3년간 4분기 전체 범죄 발생 건수는 동분기 대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 중 강력 범죄는 1만 152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고 폭력 범죄는 4만 8964건으로 0.2% 올랐다. 재산 범죄는 2.4% 증가, 교통 범죄는 12.1%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범죄 발생 자체가 줄고 있지만 여성 피해자의 비중은 더 커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엔데믹이 가까워지면서 여성 대상 범죄도 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바깥 활동이 늘면서 낯선 이성 간 접촉이 증가함에 따라 범죄 발생 수도 많아진 것이라는 내용이다.
또 과거에는 사건화되지 않았을 수 있던 여성 대상 범죄들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통계에 잡힌 수치가 늘어났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전까지는 애초에 고소되지 않거나 반의사불벌죄로 넘어갔던 사건들이, 정부나 여성들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처벌받게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 과제로 ‘5대 폭력(권력형 성범죄·디지털 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범죄)’ 피해자 지원 강화를 내세운 바 있다. 대부분이 여성 대상 범죄로 스토킹이나 데이트 폭력 등 그간 적극적으로 범죄화되지 않던 부분이 사회적 중대 범죄로 규정지어지면서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사법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에 ‘스토킹 방지법 보완’을 직접 지시한 바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해 취임 첫 지시로 “스토킹 범죄는 원칙적으로 구속수사 하는 등 엄정 대응하라”는 주문을 내렸고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 여성아동범죄조사부를 1부에서 2부로 증설했다.
한편 마약 범죄 등 소년 범죄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 소년 범죄자 수는 1만 6401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2.8% 증가했다. 최근 3년간(2020~2022년) 4분기 소년 범죄자 비율은 전년 동분기 대비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