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제조업의 생산·출하의 감소세가 지속돼 기업심리지수도 낮은 수준에 그쳐 경기 부진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그나마 내수 부진이 완화돼 급격한 하강세가 다소 진정됐고, 서비스업생산이 증가세를 유지해 고용 여건이 양호하다고 봤다. 이 같은 경기 전망 속에 관심은 KDI가 오는 11일 발표하는 올해 경제성장률에 쏠리고 있다. KDI가 경기 부진 전망을 유지함에 따라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에 보다 무게가 실리고 있다.
KDI가 8일 발표한 ‘경제동향 5월호’에 따르면 4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2%줄어들며 2월 -7.5%, 3월 13.6%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품목별로는 자동차가 40.3%로 크게 늘어난 반면 반도체를 포함한 ICT부문이 -42.5로 감소세를 이어갔고, 대부분의 품목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리오프닝도 기대만큼 힘을 쓰지 못했다. 대(對)중국 수출의 감소 폭이 3월(-33.4%)에 비해 -26.5%로 감소 폭을 줄인 듯 했지만 2월(-24.2%)보다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생산이 직격탄을 받고 있었다. 3월 전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2.2%증가하는 데 그쳤다. 1월 -1.4%보다 개선된 모양새지만 2월 3.3%보다 다시 후퇴했다. 차량용 부품 공급 정상화로 자동차 생산이 26.8%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반도체(-26.8%), 전자부품(-30.4%)등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이어가며 광공업 생산이 -7.6% 감소한 탓이다. 특히 제조업은 반도체경기 악화로 평균가동률이 72.2%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제고율(122.4%→117.4%)도 여전히 높았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99.3→99.9)와 앞으로의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98.5→98.2, 3월 기준) 모두 전달에 이어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반면 서비스업생산은 (8.0%→6.2%)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숙박 및 음식점업(23.3%→18.2%), 운수 및 창고업(21.2%→18.2%) 등 대부분 품목에서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서비스업생산의 양호한 증가세 덕분에 소매판매의 부진도 완화돼 KDI는 소비가 완만하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4월 소비자심리지수 95.1을 기록해며 전달(92.0)보다 올랐다. 서비스업의 반등으로 취업자 수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해 전달(31.2만명)에 이어 3월에도 46만9000명이 증가했다. 대신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만9000명 줄어 3개월 연속 내리막길이었다. 건설업 취업자 수도 같은 기간 2만 명 감소해 제조업 고용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KDI는 오는 11일 경제성장률 등을 내놓는다. KDI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2월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도 올해 성장률을 1.8%로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부 전망치(1.6%)보다 0.2%포인트 높고, 4월 IMF(1.5%), 3월 OECD(1.6%) 전망치 대비 0.2~0.3%포인트 높은 수치다. 매월 발표하는 경제동향에서 경기부진 평가를 잇따라 내놓은 만큼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