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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칸 각본상 '몸값' 제작진 "원테이크·자본주의 메시지가 수상 비결"

'몸값' 제작진 / 사진=티빙 제공'몸값' 제작진 / 사진=티빙 제공




'몸값'이 한국 OTT 중 최초로 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이야기, 악한 자본주의를 향한 주제 의식, 세련된 원테이크 촬영 기법이 합쳐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극본 전우성, 최병윤, 곽재민/연출 전우성)은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광기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지난달 19일 열린 제6회 칸 국제시리즈 페스티벌에서 각본상을 거머쥐면서 K콘텐츠의 위상을 높인 작품이다.

칸에는 전우성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해 여러 가지 일정을 소화했다. 배우들은 예정된 스케줄로 인해 한국으로 먼저 돌아갔고, 전 감독은 남아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전 감독은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에서 수상 소식을 들은 최병윤, 곽재민 작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통 전날 언지를 준다고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얘기가 없어서 못 받는 줄 알았죠. 시상식에 갔는데, 제 앞줄에 배우상을 받은 분이 앉아 있었고, 수상 소감을 쓰시더라고요. '이 분이 받나 보다' 했는데, 정말 받았어요. 전 더욱 예상을 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죠. 정말 놀랐습니다. 배우들이 먼저 돌아갔는데, 카톡방에서 난리가 났죠."(전우성)

"각본상을 받긴 했지만, 그 상을 주실 때 각본을 인쇄해서 읽어보고 주는 게 아니잖아요. 작품의 이야기를 보고 주는 거죠. 작가만의 상이 아닌 거예요. 미흡한 게 있는데, 그 부분을 스태프, 감독, 배우들이 채워줘서 이야기가 멋져 보일 수 있었죠. 그렇기에 다 같이 받은 상입니다."(곽재민)

'몸값'은 한국 OTT 시리즈 중 최초 칸 수상이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얻게 됐다. '몸값'이라는 이름 앞에 수식어가 하나 더 붙게 된 셈이다. 제작진은 이런 성과를 두고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이어진 덕이라고 입을 모았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쏠리고 있잖아요. '몸값'은 시작을 끊은 것뿐이죠. 지금도 OTT 시리즈가 정말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어요. 좋은 작품도 많고, 재밌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요?"(곽재민)

'몸값' 스틸 / 사진=티빙'몸값' 스틸 / 사진=티빙


'몸값'이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작진은 한국적인 이야기를 풀어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전 감독은 "이야기 전개가 예상하지 못하는 부분으로 흘러가는 게 심사위원에게 인상적으로 남은 게 아닌가 싶다"며 "현지 매체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돈에 집착하는데, 한국 사람들이 실제로 그러냐'다. 장르물이라 과장된 부분이 있겠지만, 그런 부분이 달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은 영광스럽지만, 그에 걸맞은 무게를 갖고 있다. 언제까지 상에 매료돼 있을 순 없는 일. 제작진은 상의 무게를 잊고, 다음 행보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전 감독은 "감사하고 기쁜 일이지만, 여기에 대한 부담을 떨치려고 한다. 다음 목표를 갖는 게 다음 작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최 작가는 "오늘 이후로 상을 받은 걸 까먹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적인 정서에 몸값이라는 주제의식이 더해져 매력적인 작품이 탄생했다는 평이다. '몸값'은 사람에게 메겨지는 값어치라는 뜻으로, 도덕성의 결여, 자본주의의 폐해 등의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서로의 몸값에 대해 흥정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하잖아요. 한쪽이 자신의 몸값을 말하는 걸로 보이지만, 그게 전복돼서 자신의 몸값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많아요. 여기서 나오는 메시지가 분명 있습니다."(곽재민)

"건물 자체가 악한 자본주의를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의 몸에 대해 가격을 메기는 것 자체가 악독하잖아요. 이런 것들로 시작해서, 자본주의 사회가 붕괴되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악이 나와요. 층 별로 나눠서 부수적인 것들도 많이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전우성)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둔 지금, 제작진은 '몸값'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몸값'은 동명의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단편을 장편으로 옮기면서, 여러 가지 살을 붙이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게 악과 응징에 대한 서사, 그리고 악함을 보일 수 있는 무대였다.

"단편이 굉장한 완결성을 갖고 있어서 이후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고민이었어요. 그러다가 거대한 재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큰 지진이 일어나면서 선과 악이 뒤섞이고, 기존에 있던 게 무너질 수 있었죠. 원작에서는 주인공 2명이 악인이었다면, 시리즈에서는 모두가 악인이 되는 특성을 주고 싶었습니다."

'몸값'은 대사의 말맛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다만,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중간중간 욕설이 많이 섞인 게 아쉬운 점이라는 피드백이 있기도 하다. 전 감독은 "이 상황이 되면, 특히나 악인이 이런 상황을 맞으면 감정을 절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곽 작가는 "'몸값'의 장점은 구강 액션이다. 최 작가가 배우다 보니 대사를 재밌게 잘 쓴다"며 "끝없이 이어지는 대사와 이야기 호흡이 재밌게 잘 나온 것 같다. 욕설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구강 액션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몸값'이 원테이크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심사위원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였다. 원테이크라는 특수한 형식의 대본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작가들 역시 직접 연기를 하면서 시간을 재보는 등 기존의 대본 쓰는 방식과 달랐다고 입을 모았다.

"컷으로 나눠가는 드라마와 쓰는 과정이 달랐어요. 실제 시간으로 가는 서사라 쓸 때부터 신경을 정말 많이 썼죠. 기존 드라마였다면, 설명하는 부분도 회상이나 플래시백으로 할 수 있는데, 원테이크에서는 그럴 수 없잖아요. 어떻게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원테이크는 촬영에도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기법이다. 작가들이 원테이크에 맞게 대본을 완성했다면, 전 감독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리허설을 거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재난물에서 필요로 하는 충격 효과를 원테이크에 가져오기 위해 고민했다고.

"충격 효과는 컷으로 표현하면 효과적이죠. 그러지 못하니까 처음부터 콘티를 생각하며 움직일 수밖에 없었어요. 이미지적으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었습니다. 미술, 촬영 감독님과도 논의를 많이 나눴어요. 자의적인 걸 최소화하는 촬영을 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보면 답답해 보일 수 있겠지만,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로 소화를 해줘서 감사해요."


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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