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건설현장의 불법을 막으려면 다단계 재하도급을 막고 현장 인력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정부가 건설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노동조합의 불법만 단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9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죽이기 문제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현장은 발주처-원청-하청-재하청(십장 또는 팀반장)-건설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재하도급이 만연하다. 이는 불법이다. 합법적 도급 구조는 발주처-원청(일반건설사)-하청(전문건설사)-건설노동자다.
다단계 재하도급의 문제는 최저가 입찰제 탓에 하위 단계로 내려갈수록 낙찰금액이 준다는 점이다. 수익을 내야 하는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최소 인원으로 최대한 빨리 공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 노동자 처우가 열악하고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배경 중 하나다.
특히 건설노동자가 대부분 일용직으로 채용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점은 건설업의 고질적인 문제다. 타워크레인직종 건설노동자는 타워크레인임대사와 고용계약을 체결하지만, 계약 종료 후 다른 공사현장에서 일할 때까지 실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건설노조를 가리지 못한 상황도 건설업 불법을 낳는 구조적 원인으로 지적됐다. 건설업 노조는 현장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조합원을 관리한다. 그런데 현장에 조합원이 없는데도 건설사에 노조 전임비를 요구하는 '가짜 건설노조'가 있다. 이 노조는 기존 노조에 대한 불만으로 노조를 만들거나 본인 소유의 건설기계를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한다. 현재 건설노조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조직은 약 20여개다. 보고서는 “이 구조는 건설업에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 고용불안(일용직), 산업재해를 만들었다”며 “이 근본적 문제를 두고 건설노조를 매도하고 탄압하는 것은 정부의 건설노조 죽이기'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일 건설노조 간부인 양회동씨가 분신해 숨지면서 노정 대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양씨는 정부에 건설노조 탄압을 중단하라는 유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