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계적 트렌드는 ‘시민결합’…"자유로운 동거 형태, 출산율 높였다"

[2023 新가족 리포트]

세계 각국 '시민결합' 제도…'다양한 가족' 권리 보호

스웨덴 '가족법'·프랑스 '팍스'·영국 '시민동반자법'

시민결합 도입 국가, 한국과 비슷한 인구문제 겪어

가족 형태 따른 차별 줄자 출산율 반등 효과 나타나

"존재하는 관계 보호…사회 현상에 맞춰 정책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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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구성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반영할 수 있는 ‘시민결합’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혼인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평등하게 대하는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효과도 나타났다.



‘시민결합’ 제도는 다양한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는 대표적인 제도로 이미 많은 국가에서 자리잡았다.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이성 또는 동성 파트너의 법적 권리를 혼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보장한다.

스웨덴은 1969년 가족법을 제정해 혼인하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스웨덴의 가족법은 “혼인 외에도 이혼을 포함하여 서로 다른 형태로 사는 것에 대한 도덕적 견해와 관련해 중립적이어야 하고, 혼인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어려움이나 불편을 초래하는 조항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가족 구성원들의 이익과 복지를 보호하는 제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웨덴의 OECD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1.85명이다.

프랑스가 1999년 도입한 팍스(PACS·Pacte civil de solidarite)는 결혼이 아닌 생활동반자 관계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프랑스는 팍스를 통해 동거 관계의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결혼과 이혼에 드는 비용을 줄여 절차를 간소화 했다. 이 법이 발효된 이후 프랑스의 비혼 출산율은 1998년 41.7%에서 2012년 56.7%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62.2%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999년 1.79명에서 2010년 2.01명으로 뛰었으며 2020년에도 1.83명을 기록했다. 현재 팍스 제도를 통해 결합한 관계의 90% 이상이 이성 간 결합으로 이뤄져 있기도 하다.





영국의 시민동반자법(Civil Partnership)은 동성 동반자에게 결혼에 준하는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으나 이성 커플도 그 대상에 포함됐다. 시민동반자로 등록한 이들에게는 결혼으로 발생한 상속권, 사회보장, 연금혜택 등 결혼에 준하는 권리가 주어진다. 캐나다 앨버타주는 2002년 제정된 ‘성인 상호의존 관계법’을 통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서로 감정적으로 헌신적이며, 경제 및 가족 단위로 가능한 혼인 이외의 관계’를 상호의존 관계로 정의해 법적 보호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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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시민결합 제도가 활성화된 국가들은 제도 도입 이전에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인구 문제를 겪었다. 결혼은 감소하고 이혼과 별거가 증가하며, 출산이 줄고 동거가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났던 것이다. 법률상 ‘가족’으로 정의할 수 없는 사회적 관계가 늘어나자 법의 범위를 확장해 사회적 안전망을 넓혔다.

국내에서도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이 계속해 언급되고 있다. 혼외 출산 등 다양한 관계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동의 권리도 충분히 보호하고 미혼모, 해외입양 등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해소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2021년 여성가족부의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사실혼, 비혼 동거 등 법률혼 이외의 혼인에 대한 차별을 폐지해야한다’는 질문에 대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2019년 66% △2020년 70.5% △2021년 70.3%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기준 0.78명을 기록할 정도로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반면 한국의 혼외 출산율은 2.9%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나영정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은 “프랑스의 팍스도 이미 동거 커플이 많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도입됐으며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관계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사회적인 현상을 규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 현상에 맞춰서 정책을 수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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