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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범택시2' 이제훈의 끝나지 않은 도전

'모범택시2' 이제훈 / 사진=컴퍼니온 제공'모범택시2' 이제훈 / 사진=컴퍼니온 제공




배우 이제훈이 '모범택시2'에서 다양한 부캐 플레이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하나의 캐릭터에서 확장돼 여러 갈래로 뻗은 그는 스스로도 자신의 가능성이 넓어지는 걸 느끼게 됐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극본 오상호/연출 이단)는 "정의가 실종된 사회,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김도기는 타고난 직관력과 냉철한 판닥력의 소유자로 그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 다수의 상대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피지컬을 지녔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주저 없이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어떤 인물로도 변신할 수 있다.

'모범택시' 시즌1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제훈은 시즌2 대본을 처음 만나고 새로운 즐거움을 느꼈다. 시즌1이 '사적 복수가 타당한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어두운 측면이 많았다면, 시즌2는 사건을 해결하는 카타르시스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금토드라마잖아요. 시청자들이 한 주 마무리를 하는데, 한 주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마무리 지으면서 통쾌함을 주려고 했어요. 한 주를 잘 마무리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답답함은 짧게 가면서, 시원함을 강조한 게 시즌2였어요. 조금이나마 기획한 의도를 잘 봐주신 것 같아요."(웃음)

이제훈은 최근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부터 '모범택시' 시리즈까지 사회적으로 울림을 주는 작품을 주로 선택해 왔다. 특별히 신념을 갖거나, 어떤 의도가 있어서 선택한 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이끄는 대로 선택한 끝에 만나게 된 작품들이었다.

"배우는 사람을 연기하잖아요. 그 캐릭터에게 가족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논란은 무엇인지, 어떤 것에 감동을 느끼는지 집중하게 됐죠. 처음에 선택한 작품에 영향을 받고, 그게 또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면서 유기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에피소드가 다양해진 만큼, 김도기의 부캐(부캐릭터)는 더욱 많아졌다. 이제훈은 다양한 캐릭터를 접하면서 계속해서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시즌1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왕따오지 캐릭터를 다시 연기하는 건 반가운 일이었다.

"다양한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할지 대본을 보면서 계속 생각했어요. 그 안에서 저의 또 다른 모습을 계속 발견하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짧지만, 다양한 부캐들을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 배우로 보인 것 같아요. 다만 이게 반복되면 식상해 보일 수 있잖아요. 그건 슬픈 일이죠. 그러지 않도록 더 많이 노력할 예정이에요."



이제훈은 김도기가 부캐 플레이를 펼치는 만큼,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매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매번 다른 색과 톤의 캐릭터를 입는 것이다. 이제훈은 어려운 과정을 소화하며 한층 성장한 자신을 느꼈다.



"예전에는 캐릭터를 만들 때 내 안에서 출발해서 표현했어요.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처럼 표현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죠. '모범택시2'는 조금 달랐어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제3의 인물을 다수 표현했는데, 재밌더라고요. 상상하지 못했던 인물을 표현하면서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느낌도 들었죠. 제가 할 수 있는 표현의 방식이 늘어나면서 용기도 많이 얻었습니다."



시즌1이 어두운 분위기였던 만큼, 김도기의 어두운 모습도 부각됐다. 어머니를 잃은 피해자로 큰 상처를 지녔지만, 무지개 운수에서 활약하면서 점차 상처를 치유한 모습이다. 시즌2에서는 조금 더 밝은 김도기를 볼 수 있었다.

"시즌1에서 김도기는 거의 웃지 않아요. 그런데 시즌2에서는 무지개 운수와 함께하면서 앙상블과 팀워크를 이루는 게 많다 보니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거죠. 웃기도 하고, 장난스러운 제스처도 많이 보여줘요. 트라우마를 겪은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 식구들이 서로 손을 잡고 맞닿아 있을 때,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가 있는 걸 많이 느낀 것 같아요."

김도기를 수식하는 단어는 '영웅', '다크 히어로'다. 미국의 배트맨, 스파이더맨이 오랜 세월 동안 사랑을 받은 것처럼, 한국에서는 김도기가 영웅 캐릭터의 대표가 됐다. 이제훈은 시리즈물로 이어갈 수 있는 영웅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영웅 캐릭터가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전해줄 수 있다는 건 남다른 의미를 갖죠. 상징적인 캐릭터로 남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더더욱 한 작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리즈로 이어가길 바랐어요.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는 늘 영웅을 꿈꾸잖아요. 이 사회 현상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고요."



이제훈은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다. 나이가 드는 건, 성숙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해진다. 이제훈은 40대가 되면서 배우로서 다양한 연기를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털어놨다.

"좋은 작품에 출연해야 된다는 욕심이 생겨요. 좋은 선배님들과 작업하고 싶은 마음도요. '카지노' 특별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크게 망설이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제가 동경했던 분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행복했습니다."

"30대에 꿈을 꿨다면, 그걸 실행하는 게 40대라고 생각해요. 40대에는 명확하게 이루고 싶은 마음이에요. 앞으로 좋은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건 당연하죠. 더 건강하게 지내면서 최소 10년은 미친 듯이 달리고 싶어요."

이제훈은 연출에 대한 꿈도 꾸고 있다. 그는 왓챠 '언프레임드'를 통해 연출로 변신한 모습을 한차례 보여주기도 했다. 기획이나 제작 등 조금 더 결과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작품을 만드는 것에 참여하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어떤 파트가 됐든 아이디어가 있고,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건 즐거운 일이에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안에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거나 발전시키는 과정에 제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연출은 수많은 의견을 받아서 통합하는 일이잖아요. 전반적인 창작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


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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