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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이 포기한 박스터 사업부, 글로벌 사모펀드 품에 [시그널]

美 PEF 어드벤트·워버그 핀커스, 42.5억 달러에 인수

'해외시장 공략' 셀트리온, 인수 포기

박스터, 매각대금 166억 달러 규모 부채 상환에 사용


셀트리온(068270)이 인수를 추진했다가 철회한 미국 제약회사 박스터인터내셔널(Baxter·이하 박스터)의 바이오파마솔루션(BPS) 사업부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품에 안겼다. 거래 가격은 시장이 예상했던 40억 달러(약 5조 2000억원)를 뛰어넘는 42억 5000만 달러(약 5조 6287억 원)로 확정됐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박스터는 전날 글로벌 PEF 운용사 어드벤트인터내셔널(Advent International)과 워버그 핀커스(Warburg Pincus)에 BPS 사업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어드벤트는 미국 보스턴에, 워버그 핀커스는 미국 뉴욕에 각각 본사를 뒀다. 거래 당사자들은 조만간 관련 규제당국 승인을 받은 뒤 연내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박스터의 주요 제품 중 하나인 영양수액제/사진제공=박스터 공식 홈페이지박스터의 주요 제품 중 하나인 영양수액제/사진제공=박스터 공식 홈페이지




박스터는 수액 분야에서 세계 1위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빅파마(대형제약사)다. 매물로 나온 BPS 사업부는 대규모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바이오의약품 백신 등을 위탁생산(CMO)하고 있다. 사업부의 올해 예상 매출은 약 6억 달러다.



박스터는 최근 급격히 불어난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올초부터 이 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글로벌 제약사 써모피셔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과 글로벌 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The Carlyle Group) 등 쟁쟁한 원매자들이 인수를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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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진행되는 인수·합병(M&A)인 BPS 사업부 매각이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외신을 통해 셀트리온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지난 3월 28일 주주총회에서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셀트리온제약(068760)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2년만에 복귀했다. 서정진 회장은 박스터 사업부 인수에 대해 "현금에 여유가 있으면 당연한 경영 전략"이라며 "다만 상반기는 관찰의 시기고, 움직이는 것은 연말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미국시장 진출과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BPS 사업부 인수를 검토했다.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 사업 관련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셀트리온은 2017년 박스터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 위탁 생산 계약을 맺은 인연이 있다.

당시 거론됐던 예상 거래가는 40억 달러로, 셀트리온이 최종 인수자가 됐다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규모의 빅딜로 기록될 예정이었다.

이날 박스터가 BPS 사업부를 해외 PEF 운용사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셀트리온은 곧바로 인수 의사를 철회한다는 공시를 냈다.

최종 인수자가 된 어드벤트와 워버그 핀커스는 예상금액을 웃도는 42억 5000만 달러를 제시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했다. BPS 사업부를 인수한 후 독립법인으로 만들어 미국 및 독일에 있는 제조시설과 1700여 명의 직원들을 모두 고용 승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박스터는 BPS 사업부 매각 자금을 지난 2021년 의료기기 기업 힐 롬 홀딩스(Hill-Rom Holdings)를 105억 달러(약 13조 7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발생한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박스터의 총 부채는 166억 달러(약 21조 7000억 원)다.


박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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