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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은 “금리인상 끝났다 한 적 없어”…“부채협상 빈손 12일 다시 만난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조 바이든(오른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포함한 양당 지도부와 부채한도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조 바이든(오른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포함한 양당 지도부와 부채한도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하루 앞둔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투자자들이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과 신용시장 상황 전개 방향을 가늠하면서 하락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63%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46%, 0.17% 내렸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3.52%대까지 올랐습니다.

전반적으로는 거래량이 적은 하루였는데요. 팩 웨스트 뱅크콥(2.35%)은 오른 반면 웨스턴 얼라이언스(-1.35%)는 하락하면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페이팔은 성장 속도 둔화 우려에 12.73% 빠졌고 에어비앤비는 2분기 실적 둔화 전망에 장마감 후 11% 넘게 급락했는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4시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과 양당 지도부와 만나 부채한도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바이든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풀을 것”이라는 농담을 했는데요. 오늘은 주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경제지표 전망, 부채한도 협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윌리엄스, “통화정책에 시차 신용시장 특별히 집중”…제퍼슨 이사 “인플레 하락 동시에 경제확장 가능” 주장


먼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연설부터 보죠. 그는 이날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 “내가 얘기할 주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too high)”며 “통화정책 조치와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 따른 시차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윌리엄스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하고 있는 부분은 주택을 제외한 근원 서비스로 지난 8월 이후 연율 기준 약 4.5%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낮추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금리인상이 끝났다고 말하지 않았다(we haven't said we're done raising rates)”며 “우리의 목표를 확실히 달성하고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평가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는 확실히 금리인상의 문을 열어두긴 한 겁니다. 그는 “지금부터 6월 사이에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내일인 10일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오고 6월13일에는 5월 CPI, 6월2일에 5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되죠.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4시30분 현재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p) 금리인상 확률이 21.2%인데요.

이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 월가에서는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기준(bar)은 높을 것이라고 보긴 합니다. 윌리엄스는 현재로서는 최소한 금리인하가 없음을 재확인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올해 금리인하를 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측면이 있는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윌리엄스가 데이터가 받쳐주지 않으면 금리인상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 연은 총재는 파월 의장 및 부의장과 함께 핵심 지도부죠.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 캐스트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 캐스트


그는 “나는 신용시장 상황의 전개와 이것이 성장과 고용, 인플레이션 전망이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는 데 특별히 집중할 것(particularly focused on)”이라고도 했는데요. 연준의 ‘시니어 론 오피서 서베이(Senior Loan Officer Survey)’에서 드러난 은행들의 대출기준 강화가 불러올 파장을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겁니다. 윌리엄스는 또 인플레 올해 3.25%, 실업률 4~4.5%,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완만하게 성장 뒤 내년 다소 회복이라며 3월 경제전망과 비슷한 흐름을 점쳤는데요.

정리하면, △인플레이션이 아직 높아 데이터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음 △최소한 올해 금리인하는 없을 것 △통화정책에 시차 있고 신용시장 상황 면밀히 관찰. 이것이 통화정책에 영향 줄 수 있음(6월 금리동결 요인) △은행위기 뒤에도 경제전망 크게 바뀌진 않아 연착륙 기대 유지 등인데요.

추가 금리인상 부분은 시장의 과도한 기대감을 억누르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 상 불가능한 일은 아닌 만큼 가능성을 열어두긴 해야겠습니다. 추가로 신용시장이 상당히 신경쓰이지만 이것만 잘 넘어간다면 지금으로서는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바람도 엿보는데요.

차기 부위원장으로 내정된 필립 제퍼슨 이사의 생각도 같습니다. 그는 이날 “나는 인플레이션이 내려오기 시작하면서도 경제가 계속해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잘라 말했는데요. 이것 자체가 연착륙이 가능하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죠.

제퍼슨 이사는 한 발 더 나갑니다. 그는 “우리는 은행들이 대출기준을 높이기 시작했고 이것이 대출 접근성을 낮추고 있다는 데이터가 있다”면서도 “이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확산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연준이 기준금리를 높이고 양적긴축(QT)을 하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는 것이고 수요도 감소하는 것이지 딱히 3월 은행위기 때문이 아니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파월 의장에 대한 국민 신뢰도 36% 역대 최저”…“부채 한도 단기연장은 없어. 공화당 매코널, 디폴트는 없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른데요.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파이낸셜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반적으로 침체가 온 뒤에 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하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대출기준 강화가 먼저”라며 “2분기부터 침체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ING도 “연준의 시니어 론 오피서 서베이를 보면 추가적인 신용긴축의 증거가 나왔고 이는 급격한 대출비용 증가로 경기침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는데요.

연준과 월가의 생각이 다를 순 있지만 시장의 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은 문제입니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36%로 2001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오차범위가 4%p이긴 하지만 2014년 재닛 옐런이 기록한 37%보다 낮으며 2012년 벤 버냉키 전 의장의 39%보다도 밑입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락다운이 시작된 지 한 달 만인 2020년 4월 파월에 대한 신뢰는 58%로 2004년 앨런 그린스펀 이후 최대치를 보였지만 인플레이션이 증가하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지지도가 급락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부채한도 협상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한 가지 분명히 확인된 건 공화당과 백악관 모두 유력한 카드로 거론됐던 단기 부채한도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 전에 “9월30일까지 시간을 버는 어떤 거래도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새 회계연도(2023. 10~2024. 9) 시작 때까지 시간을 버는 방식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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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악관은 “단기 연장은 우리의 계획이 아니”라고 못 박았는데요.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역대 최저 수준이다. 갤럽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역대 최저 수준이다. 갤럽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 후에 캐빈 매카시 하원 의장은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12일(금)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는데요. 닐 브래들리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은 “오늘 만남에 뚜렷한 진전이 없었어도 다음에 만나겠다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실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디폴트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죠. 이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데요. 이날 서로의 카드와 생각을 확인했을테니 12일부터가 핵심이겠죠.

봐야 할 건 부채한도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실질적 기간일텐데요. 블룸버그는 6월 전, 상원과 하원이 모두 회기를 열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D.C.에 있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날을 9일부터 17일까지 7일로 봤습니다. 다만, 이것도 큰 틀의 합의만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처리 방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추가로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잠시 전해드렸듯 부채한도 데드라인(X-Date)에 대한 의견이 갈리긴 합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6월1일을 제시하긴 했지만 공화당의 생각이 다르고 월가도 금융사마다 전망이 분분한데요.

구체적으로 △도이치뱅크 7월 말일 가능성 높으나 6월 초에 의미있는 수준의 위험 있을 수 있음 △모건 스탠리 6월7일~14일에 X-Date가 발생할 확률이 50%. 그 다음은 7월21~28일 △JP모건 6월9일까지 모든 가용자원 바닥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옐런 장관의 지침에 따라 변동 가능 △바클레이스 6월5일~14일 가능성 등입니다. 토빈 마커스 에버코어 ISI 애널리스트는 “벼랑 끝에 가까워질 때까지 누가 먼저 눈을 깜박이느냐는 싸움이 지속할 것이다. 부채한도 상향은 X-Date가 가까워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드러켄밀러 “경기침체 가능성 커 AI는 침체 때도 유망”…“연준 금리인하보다 유지가 증시에 나을 수도”


시장 상황을 보겠습니다.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이날 “2008년보다 더 나쁘지는 않겠지만 경기침체가 이미 2분기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역대급 자산증가와 광범위한 버블을 보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부터 10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려 현재 기준금리가 5.00~5.25%인데 1950년 이래 연착륙은 몇 번에 불과했다”고 했는데요.

그는 “인공지능(AI)이 실질적으로 인터넷만큼 영향력이 클 수 있다고 본다”며 “2001년과 2002년 때처럼 경기침체 시에도 AI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술주 버블이 꺼질 때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이며 동시에 경기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했죠.

크레디트스위스는 금리인하보다는 동결한 뒤 유지되는 게 증시에는 낫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조나단 골럽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증시는 연준의 마지막 금리인상 사이클 이후 12개월 동안 상당히 견고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때는 하락한다”며 “다만, 우리는 연준이 시장 기대보다 더 오래 최종금리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BofA는 증시 상승과 하락종목 비율(Market Breadth)을 비교해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기도 했는데요. 스티븐 수트메이어 기술분석 전략가는 “차트 분석가들이 보는 신호는 주식시장 환경이 더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S&P가 5월에 4039~4048까지 떨어질 수 있지만 최소 3800~3970이 단단한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어 “S&P가 4195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면 4325까지 갈 수 있으며 내년 2~3월에는 4600~4900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S&P는 4119.17에 마감했는데요.

블룸버그가 제시한 부채한도 협상을 위한 실질적 날짜. 블룸버그 화면캡처블룸버그가 제시한 부채한도 협상을 위한 실질적 날짜. 블룸버그 화면캡처


세븐스 리포트를 만든 톰 에세이는 “데이터가 더 확실하게 연착륙을 가르키고 더 이상 지역은행 파산이 없고 근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연준이 금리인상 중단이 확정되고 부채한도 협상이 처리되면 주식은 지금의 거래 범위를 뚫고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증시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인데 그 전제 조건이 5개나 되죠. 어쨌든 이들 요건 중에 하나가 내일(10일) 나오는데요.

9일 오후4시14분 기준 블룸버그 집계 4월 CPI 예상치가 △전월 0.4%(3월 0.1%) △전년 5.0%(5.0%) △근원 전월 0.3%(0.4%) △근원 전년 5.5%(5.6%)인데요.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트는 △전월 0.61% △전년 5.19% △근원 전월 0.46% △근원 전년 5.56%로 비슷하거나 약간 높습니다. CPI는 윌리엄스가 아직 열려 있다고 말한 금리인상의 문이 얼마나 될지도 가늠할 수 있을텐데요.

참고로 11일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0.3%(-0.5%) △전년 2.5%(2.7%) △근원 전월 0.2%(-0.1%) △근원 전년 3.3%(3.4%) 등으로 전월 수치가 다시 플러스 전환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시장이 이번 주 들어 CPI를 지켜본 측면이 있는 만큼 4월 CPI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보다 높을지 잘 봐야겠습니다. CPI에 관한 집중분석은 ‘3분 월스트리트’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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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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