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계산대에서 주문·결제를 한 뒤 팁을 요구받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에서는 식당·카페 등지에서 테이블 담당 종업원에게 통상 주문 금액의 15∼20%를 봉사료 명목의 팁으로 남긴다. 종업원은 팁을 많이 받기 위해 최대한 친절하게 주문을 받고 손님에게 음식을 추천하기도 한다.
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전역의 공항, 경기장, 쿠키샵, 카페 등에 설치된 셀프계산대에서는 ‘구매 금액의 20%를 남겨 달라’는 안내메시지가 화면에 떠 소비자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미국의 요식업계 종업원에게 팁은 단순히 월급 외에 더 받는 수입을 넘어 사실상 실질임금에 해당한다. 그러나 종업원의 서비스가 기계로 대체되면서 소비자들은 왜 팁을 지불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다.
몇 주 전 뉴저지 뉴어크 공항의 기념품 상점 프랜차이즈 ‘OTG’에서 6달러짜리 생수를 셀프 계산한 개릿 베밀러는 화면에서 10%∼20%를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을 보고 적잖은 불쾌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팁 옵션을 건너뛰었다는 그는 WSJ에 “이런 메시지는 일종의 감정적 협박”이라고 말했다.
쿠키 체인점 ‘크럼블’의 한 매장은 아예 키오스크 하단에 “우리가 당신을 웃게 했다면 팁을 남겨주세요”라는 라벨을 붙여놓기도 했다. 이 매장에서 쿠키를 사고 팁을 남겼다는 그레이시 셰퍼드는 “팁을 남기지 않았다면 죄책감을 느꼈을 테지만, (매장에서)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팁을 줄 수 있는 옵션도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불만과는 달리 OTG나 크럼블 같은 기업과 사업주는 이 같은 ‘팁 자동 안내’로 팁이 늘어나면 직원들의 급여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OTG의 대변인은 WSJ에 “팁으로 받은 돈은 모두 직원들에게 지급된다”고 말했고, 크럼블 역시 “손님들이 준 팁은 관련 법에 따라 제빵사에게 분배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팁을 통해 식당들이 얻은 수익은 증가했다. 미국 결제 시스템 업체인 스퀘어에 따르면 맥도날드와 같은 ‘퀵 서비스’ 레스토랑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팁 거래가 1년 전보다 16% 늘었다. 직원이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 서비스’ 레스토랑의 팁 거래 증가율(17%)과 비슷하다. 대면 서비스가 적거나 없는 식당도 직원들이 직접 서빙하는 식당처럼 소비자들에게 팁을 받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고용주들의 주장과 달리 일각에선 그들이 직원들의 임금인상을 소비자가 지불하는 팁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윌리엄 마이클 린 코넬대 호텔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은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적은 비용으로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누가 원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팁을 받는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공정노동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FLSA)이 기계에도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셀프계산대에 지불하는 팁이 인간 근로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루 자야라만 UC버클리 식품노동연구센터장은 “일부 사업주들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 팁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