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로소프트(MS) 연합군과의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또 대화형 AI 바드의 우선 출시 국가를 한국으로 삼은 이유를 두고 최신 기술을 채택하는 데 거침없는 곳이고 아주 도전적인 시장이라는 점을 꼽았다.
11일(현지 시간) 피차이 구글 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있는 구글 클라우드 본사에서 전 세계 특파원단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AI는 커다란 플랫폼 전환을 일으키고 있다”며 “구글은 구글이 가야 할 방향을 알고 있고 AI를 통한 혁신의 영향은 10년 안에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구글은 전날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I/O)에서 오픈AI 챗GPT에 대항하는 5400억 개의 매개변수를 자랑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 팜2(PaLM2)를 탑재한 구글 바드를 공개했다. 이와 동시에 전 세계 20억 인구가 쓰는 구글 제품에 25개의 새로운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하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구글 내부적으로는 물론 이용자들과 투자자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이 나오자 피차이 CEO는 고무된 모습이었다. 알파벳 주가는 이틀 연속 각각 4% 상승했다. MS와 오픈AI 연합군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심오하고 깊은 수준의 기술이 있을 때 초반에 선점한 아이디어가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구글은 챗GPT 등 생성형 AI의 근간이 된 트랜스포머 모델을 개발한 곳이고 생성형 AI의 선두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애초 트랜스포머 모델의 경우 번역을 더 잘하기 위해 고안한 개념이었지만 구글이 최첨단 기술을 전 세계와 공유하면서 진보를 이끌었다”고 평했다. 그는 가장 뛰어난 기술을 만들고 진보를 이끄는 게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유치하고 ‘구글다움’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 세계 취재진 사이에서는 영어권 외에 구글이 바드 첫 출시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선택한 이유를 두고 관심이 쏠렸다. 피차이 CEO는 “종합해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거침이 없는 역동적인 국가인 동시에 서구권에 비해서 모바일 속도가 굉장히 앞서 있다”며 구글의 대화형 AI인 바드가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정도로 데이터를 축적한 데다가 이용자들의 피드백이 활발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999년 서울에서 택시를 탄 적이 있는데 택시 기사가 휴대폰 여러 대를 쓰고 있었던 기억이 강렬히 남았다”며 “모바일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기반 기술을 고려할 때 충분한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한국어와 일본어는 영어와 전혀 다른 종류의 언어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도전적인 과제”라며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다른 언어 학습을 훨씬 쉽게 인식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구글은 대화형 AI 바드를 조만간 전 세계 40여 개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피차이 CEO는 “모델 강화 학습을 통해 각 언어권의 규범과 정서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둔다”며 “데이터를 규제에 맞춰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점도 중요 요소”라고 강조했다.
25주년을 맞은 구글이 앞으로 가야 할 비전에 대해서는 “수년전 우리가 AI를 연구하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정보와 지식을 제공한다는 사명이었다”며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AI를 과감하고 책임감 있게 제공하는 게 가장 야심 찬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서니베일)=정혜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