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정여울의 언어정담] 끝없는 외로움으로부터의 해방

작가

결핍·욕망의 사슬서 벗어나려면

타인 의존 않는 나의 삶 시작하고

사랑 받는 대상 아닌 주체가 되자





인간은 끝없는 욕망, 결핍, 외로움과 평생 싸워야 하는 존재일까. ‘명랑한 은둔자’로 유명한 작가 캐럴라인 냅은 거식증과 알코올중독에 얽힌 뼈아픈 체험을 고백하는 글쓰기를 통해 수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촉망받는 기자이자 작가였던 그녀는 거의 뼈밖에 보이지 않는 앙상한 몸으로 거식증과 알코올중독을 함께 앓으며 지독한 외로움과 싸웠다. 그녀는 자기 인생의 진짜 주인공이 ‘나 자신’이 아니라 바로 ‘타인의 시선’이었음을 깨닫는다. 또 끔찍한 거식증의 뿌리에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깨닫는다. 부모님, 연인, 친구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 세상으로부터 받지 못한 인정, 그 모든 사랑받지 못한 고통과 결핍의 기억이 그녀로 하여금 술을 갈망하게 했고, 거식증에 빠지게 했다.



캐롤라인 냅은 세 가지 방법으로 끝없는 결핍과 멈출 수 없는 욕망의 사슬로부터 벗어났다. 첫째, 자학과 자기혐오를 멈추고 자기를 돌보는 삶을 시작하기. 먹고 싶은 욕망을 통제함으로써 다른 욕망까지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고, 자신의 욕구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그 모든 욕구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그녀는 ‘조정’을 배움으로써 몸에 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물살을 가르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기쁨, 자연의 힘과 인간의 힘이 조화를 이루어 배를 움직이는 기쁨을 통해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회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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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욕망의 대상이기를 멈추고 욕망의 주체이기를 선택하기.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깡마른 신체를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에는 단지 외모에 대한 강박이 아니라 ‘나는 고통받고 있어요’라는 구조신호가 숨어 있었다. 그녀는 타인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투쟁하는 삶보다는 욕망의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자신을 발견한다. 고통받고 있다는 구조신호를 보낼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강력한 해방의 의지로 ‘과거의 나’라는 감옥을 탈출하는 길. 그것은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내 삶의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스스로의 강인한 모습을 발견하는 길이었다.

셋째,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사랑을 주는 실천으로 바꾸기. 그녀는 가족, 연인, 친구로부터 더 많은 사랑, 더 제대로 된 사랑을 받고 싶은 열망을, 스스로 먼저 사랑을 적극적으로 주는 실천으로 바꾸었다. 내 마음에 꼭 들게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가족과 연인을 탓하는 일을 그만두고, 반려견을 입양해 그 사랑스러운 생명체를 온 힘을 다해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려견에 대한 사랑은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되었고, 사랑을 받기만을 열망하던 캐럴라인은 오히려 반대로 사랑을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줌으로써 자기 안에 짐작보다 훨씬 크고 깊은 사랑이 아직 무궁무진하게 남아있음을 발견한다.

끝없는 결핍,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는 우리들에게, 나는 캐럴라인의 용기와 열정과 사랑을 선물하고 싶다. 욕망에 끝은 없지만, ‘끝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마음’과 단호하게 결별할 수 있는 용기는 있다. 사랑의 대상이 되기 위해 전전긍긍하기보다는 내가 먼저 사랑의 주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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