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예상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깜짝’ 성장했다. 경기 낙관론이 번지며 닛케이225지수는 1년 8개월 만에 3만 선을 돌파했다.
일본 내각부는 17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1.6%(계절 조정 연율 기준, 전 분기 대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의 -0.1%, 시장 예상치(0.8%)를 모두 웃돌며 3분기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일본은 지난해 3분기(-1.0%)와 4분기에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기술적 경기 침체에 빠졌지만 이번에 탈출했다. 연율 기준은 이런 추세가 1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경제성장률이다. 연율 기준이 아닌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0.4%로 지난해 4분기의 0.0%와 예상치 0.2%를 상회했다.
코로나19 제한 조치가 해제되며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약진한 덕분이다. 1분기 민간소비는 0.6% 증가(전 분기 대비)하며 예상(0.4%)을 웃돌았다. 외식과 숙박·교통 부문에서 소비자의 지갑이 열렸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는 0.84% 오른 3만 93.59로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3만 선을 회복했다. 전날 1990년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로 마감한 토픽스 역시 이날 0.3% 추가로 오른 2133.61에 장을 마쳤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 경제권은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는 반면 일본은 기술적 침체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 데다 엔화 약세로 기업 실적도 호조를 나타내면서 주가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고 지난달 워런 버핏이 일본 주식을 극찬한 것도 주가 상승의 원인이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가는 5월 첫째 주까지 6주 연속 현물주를 매입했고 순매수 규모는 2조 3000억 엔(약 22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돈 풀기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은행(BOJ)이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지난달 “앞으로 1년에서 1년 반 동안 장기적 관점에서 그동안 펴온 금융 완화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재점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일부 전문가들은 우에다 총재가 정책 재점검을 마치기 전에 통화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현재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BOJ가 7월 수익률곡선통제(YCC)를 조정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간주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은 총리와 여당이 자당에 유리한 시기에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치러 국정 주도권을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 히로시마에서 19~21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도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 스미토모생명의 무토 히로아키는 “선거하기에 지금은 좋은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28~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52%로 올해 2월의 20~30%대에서 급등했다.
다만 미국·중국·유럽 등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아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 경제가 강하게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다이이치리서치의 신게 요시키는 “소비가 계속 성장을 뒷받침하겠지만 해외 수요 부진이 수출에 부담을 주면서 전체적인 경제 회복세는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