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T 라마 라오 인도 텔링가나주 정보기술(IT)·산업장관은 15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대만 폭스콘이 관내 콩가르칼라안시에 5억 달러(약 6693억 원) 이상을 투자해 새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오 장관은 폭스콘의 투자로 직접적 일자리 2만 5000개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폭스콘은 대표적인 애플의 하청 생산 업체로, 이번에 만들 공장에서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2. 유엔 경제사회국은 지난 달 25일 성명을 내 인도 인구가 4월 말 기준 14억2500만 명이며, 중국 본토 인구와 맞먹을 뿐 아니라 추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브하셰크 굽타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선임 인도 이코노미스트는 “이 나라는 젊으며, 영어 구사력과 노동 인구 증가가 이미 정부의 ‘메이드 인 인디아’ 기조를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이미 중국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권’ 타이틀을 뺏어온 상태다.
전 세계 주요 제조 업체들이 최근 들어 생산 기지를 신설·증설하기 위해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침내 중국이 ‘세계의 공장 작업장’ 타이틀을 두고 라이벌을 만났다”고 전했다. 그 외 인건비 상승과 자국 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라는 정부의 압력,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봉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글로벌 업체들에게 인도란 안팎의 지정학적 문제로 바람 잘 날 없는 중국의 위험을 분산할 백업 지대를 찾는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원’ 전략을 펴기 좋은 곳이다. 산제이 쿠마르 모한티 뭄바이국제인구과학연구소 교수는 “인도의 정치적·민주적 체제가 중국보다 글로벌 투자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제조업 기지로서 인도의 가능성을 전망할 때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나란히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중국을 추월했다고 추정될 만큼 많은 인구수를 비롯해 젊은 층 비중이 높은 인구구조가 매력이라면 미진한 도시화와 인프라, 교육 수준은 물론 더딘 제조업 발전은 그림자다.
애플 외 반도체·車·풍력 등 ‘차이나+1’ 최적지로 인도 주목
인도에 최근 들어 투자를 늘리는 글로벌 기업 중에는 애플이 단연 눈에 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인도를 찾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으며 애플은 인도의 시장성에 주목하며 뭄바이에 애플스토어를 여는 등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폭스콘의 이번 투자도 애플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협력사인 대만 페가트론은 지난해 9월 남부 첸나이에 1억 5000만 달러를 들여 공장을 세운 데 이어 제2공장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인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2020~2022년 평균 420억 달러에 이르는 등 최근 10년 사이 두 배로 늘었다. 일본 자동차 업체 스즈키도 인도에 자회사를 세워 현지 공장에 7년간 1800억 루피(약 2조 9358억 원)을 투자한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미국 반도체 업체 시스코는 10일 인도 현지에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앞으로 몇 년간 수출 및 내수를 통해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풍력 터빈, 블레이드 제조사 중 하나인 덴마크 베스타스는 2021년부터 남부 스리페룸부두르에 공장 두 개를 건설해 글로벌 생산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인구구조 매력적이지만 낙후된 인프라, 청년실업 등 걸림돌
노동력면에서부터 인도의 잠재력은 긍정적이다. AP통신은 “인도는 세계에서 젊은 인구가 가장 많이 있고 출산율이 높으며 유아 사망률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인도에 중국의 경제 궤적을 복제할 수 있는 잠재력이 된다”고 전했다. 국제정치적 조건도 인도에 웃어주고 있다. AP통신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점점 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를 중국의 균형추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신냉전’ 구도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제3세계 국가를 묶는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를 자처한다.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고 있다.
반면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세계의 공장’으로 올라서려면 해결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 WSJ는 인도 현지에 진출한 대만 무역진흥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인도에 공장을 지으려면 토지 확보와 인허가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해외 엔지니어용 비자 발급도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또 장거리 이주를 꺼리는 인도 생활문화의 영향으로 제조업 생산 기지의 노동력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률이 50% 수준으로 매우 높으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에 불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가 성장하려면 도시화, 인프라, 인적 자원 개발, 급속한 제조업 발전이 수십 년 동안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2021년 기준 14%로 27.44%에 이르는 중국의 절반 수준이다. 항공·항만·인터넷·전기 등 인프라 보급률도 중국에 뒤처지며 교육 수준도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