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면허증 반납하고 대리처방 불복" 간호법 거부에 뿔난 간호사들 '준법투쟁' 선언

간협, 17일 기자회견…간호법 관련 투쟁 계획 공개

전국 간호사 면허모아 반납…복지부 장·차관 파면 요구

오는 19일 서울 광화문서 4만 명 모여 규탄대회 개최

김영경(오른쪽 두번째) 대한간호협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재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와 관련한 향후 대응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김영경(오른쪽 두번째) 대한간호협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재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와 관련한 향후 대응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오늘(17일)부터 한 달동안 전국 간호사의 면허증을 모아 보건복지부에 반납할 계획입니다. 대리처방, 대리수술은 물론이고 채혈, 초음파, 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L-tube(비위관) 및 T-tube(기관절개관) 교환, 기관 삽관, 봉합, 수술 수가 입력 등 간호사 면허범위를 벗어나는 의사의 불법 지시는 일체 거부합니다. ”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반발하고 있는 간호사단체가 사상 첫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간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자신의 공약이었던 간호법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1차 간호사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간협 집행부는 전일(16일) 대통령 거부권 행사 직후부터 이날 심야까지 마라톤 회의를 열고 투쟁 방향을 논의했다. 그 결과 의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의료직역 단체들이 총파업을 예고했던 것과 달리, 병원 인력난 등을 이유로 간호사들에게 암암리에 지시가 내려졌던 불법 의료행위를 거부하는 방식의 '준법투쟁'을 전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간호사가 거부해야 할 의사의 불법적인 업무에 관한 리스트를 의료기관에 배포한 후 협회 내 불법진료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현장실사단을 별도 운영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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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레지던트, 인턴) 등 의사 인력이 크게 부족한 병원에서는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라 불리는 간호사들이 수술을 보조하거나 야간 입원실에서 의사 ID를 넣어 처방하는 등 간호사 면허에서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역할까지 하기도 한다. 불법 소지가 있는 PA 활동 인력은 의사 수 부족과 함께 업무가 고된 외과 계열을 중심으로 진료기피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급증하는 추세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2016년 3353명이던 PA 간호사는 2019년 4814명으로 3년새 43% 증가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각 병원 지부를 통해 자체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27개 사립대병원의 경우 평균 92명의 PA 간호사가 활동 중이며, 전국적으로 약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엄밀히 불법이 아니지만 PA 간호사들의 참여 정도에 따라 2, 3차 의료기관에서 수술 지연 등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PA가 아닌 일반 간호사들의 준법투쟁도 의료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여지를 갖는다. 보건의료노조가 올 초 간호사 조합원 3만 167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0% 이상이 '의사 대신 시술·드레싱(44.9%)이나 처방(43.5%)을 한다'고 답했다.

변수는 현장 간호사들의 단체행동 참여율이다. PA 간호사는 간호부서가 아닌 특정 진료과 소속인 경우가 많아 단체행동을 하기 쉽지 않다. 간협 관계자는 "참여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간호사들의 분노가 크다"며 "최근 회원 10만 여 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98% 이상이 '적극적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간협은 전국 간호사의 면허증을 모아 복지부로 반납하는 날 광화문에 집결해 허위사실로 부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한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고발하고, 파면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통계연보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간호사 면허 등록 인원은 43만 6340명이다. 그 중 절반 가량인 25만 8259명이 의료기관과 보건소, 보건교사, 국가직 공무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네의원부터 종합병원·요양병원·상급종합병원 등에 이르기까지 의료기관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가 22만 여명으로 가장 많다.

간협은 오는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간호법 거부권 규탄 및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 규탄 대회’도 열 계획이다. 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파업이 아니며 조직적 연차 신청을 독려하겠다고 못박았다. 현재로선 3만~4만 명 가량이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1일 출범한 총선기획단을 통해서는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국민의힘에 대한 정치적 압력도 행사하면서 간호법 제정을 재추진하는 데 힘을 쏟을 전망이다.

김 회장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았던 후안무치한 탐관오리들 즉, 입법 독주라는 가짜 프레임을 만들어낸 자, 간호법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주도한 자, 간호법을 대표 발의하고 비겁하게 국정 활동을 포기한 자들이 다시는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없도록 심판을 하겠다”며 “간호우리 62만 간호인은 앞으로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여 간호법에 관한 허위사실과 가짜뉴스에 대항하여 투쟁하고,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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