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신라면세점 제주점. 면세점의 노른자위 공간인 정문 바로 옆 330㎡에 명품 매장이 아닌 갤러리가 들어서 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루이비통 매장이었던 바로 그곳이다. 이제는 명품가방 대신 제주 출신이거나 이곳에서 작업 중인 신진 및 중견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아트플랫폼 ‘LASP×신라’ 갤러리다.
지난달 1일 문을 연 이곳은 LASP 브랜드의 첫 번째 갤러리. LASP(Local Artist Supporting Platform)는 이름 그대로 ‘지역 기반 신진 작가 지원플랫폼’이다.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플랫폼과 면세점의 이색적인 컬래버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LASP를 운영하는 미오 갤러리 박현정 대표는 “기존 화랑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실험, 의미 있는 도전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기업이나 병원 같은 건물의 빈 공간에, 그 지역의 신진 작가 작품을 전시하면 다양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첫 번째로 선택한 곳이 제주신라면세점. 작년 루이비통이 철수한 뒤 수개월째 비어져 있는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무작정 제안서를 면세점 운영사인 호텔신라 측에 보냈다. 국내 면세점 내부에 갤러리가 들어선 사례가 한번도 없었던 터라 걱정했지만 호텔신라 역시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윤재필 신라면세점 제주점장은 “지역 신진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들이 문화를 향유하는 곳으로 면세점을 활용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제안 이었다”고 전했다.
금싸라기 같은 공간을 갤러리로 내어줬지만 신라면세점은 임대료도 받지 않는다. 갤러리 운영 수익금중 일부를 받기로 했지만 이것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 중인 ‘아트플랫폼 조성 사업’기금으로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LASP×신라’의 개관전에는 ▲김산 ▲김재이 ▲양민희 ▲이미성 ▲조기섭을 포함해 제주의 중견 작가인 고민철의 특별전까지 총 6인의 작가, 30여 점의 작품이 전시중이다. 제주 작가들의 반응도 뜨겁다. 갤러리에서 만난 김산 작가는 “제주는 다른 지방보다 특히 전시 공간이 부족해 작품을 지역민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며 “제주시 한 복판의 면세점에 마련된 이 갤러리는 제주의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LASP는 전시 작품을 3개월 후에 모두 다른 작가들의 작품으로 전면 교체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2차 전시를 위해 이곳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작업실을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LASP는 제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도 함께 추진중이다. LASP를 박대표와 함께 운영중인 (주)피블의 주성범 대표는 “현재 전시 중인 6명의 제주 작가를 중심으로 올 하반기 ‘LASP×뉴욕’ ‘LASP×마이애미’를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중인 협의가 끝나면 ‘LASP×부산‘도 마련될 예정이다. 주 대표는 “크게는 국내 모든 도 단위 지역에 LASP 갤러리를 열어 LASP를 명실상부한 신진 작가 지원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