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아물지 않은 '탈원전 상처'

박호현 산업부 기자





“탈원전으로 창원 지역이 초토화되고 수많은 협력사 사장과 직원들도 사지로 몰렸습니다.”



이달 15일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에서 열린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 착수식에서 한 창원 지역구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그가 창원에서 경험한 탈원전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중소기업은 파산하고 직원은 생계를 잃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중소기업 협력사 대표들도 많았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의도가 어떻든 간에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공론화는 했지만 결과를 정해놓은 채 밀어붙였다.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에 따른 대가는 참혹했다. 2017년 이후 수주 절벽이 본격 시작되면서 2~3차 원전 협력사의 일감이 뚝 끊겼다. 창원 내 많은 협력사와 인력에게 일감을 주는 두산에너빌리티도 갑작스러운 원전 중단에 2017년까지는 공장을 ‘풀가동’했지만 2020년 가동률이 10% 아래로 하락했다. 두산 직원 수백 명이 퇴직했고 수십년간 쌓아온 원전 노하우도 하루아침에 날아갈 판이었다.

국민도 대가를 치렀다. 원전 이용률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원을 찾아야 했고 전기료 인상 압력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탈원전에 사실상 거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대가를 치른 것이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을 결정한 정치권과 정부 고위 인사들은 어떠한 대가도 치르지 않았다. 손해도 책임도 없다. 국가의 에너지 안보와 각 경제주체의 생사여탈권을 쥔 정책 당국자들의 결정은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다. 실생활이 아닌 머릿속 이념에 따른 정책의 후폭풍은 가혹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신한울 3·4 주기기 착수식에서는 200톤 합금강의 단조작업이 시작됐다. 성인 남성 24만 명의 힘과 같은 세계 최대 규모인 1만 7000톤짜리 프레스가 가볍게 합금강 단조를 시작했다. 6년 만의 일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공장도 내년 가동하는데 직원도 100여 명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세계 최고 원전 제작 노하우를 만들어내고 나아가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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