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다. 다만 해외 업체들도 본격적인 반격을 준비하며 하반기 시장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도 나온다.
20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 5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 LG전자(21.8%)까지 포함하면 73.8%로 나머지 해외 업체인 레노버, 에이수스, 에이서, 애플 등의 합산 점유율을 크게 따돌렸다. 지난해 같은 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각각 34.2%, LG전자는 23.5%로 두 회사 합쳐 57.7%였다. 1년 만에 국산 대비 외산 노트북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경기불황에 지난해 노트북을 포함한 국내 PC 출하량이 4.8% 감소하는 등 시장 위축 속에서 그나마 소비 영향이 덜한 프리미엄(고급형) 제품으로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애플을 제외한 중국, 대만 업체들은 삼성전자, LG전자에 맞서 중저가 제품을 앞세운 가격 경쟁에 집중해온 만큼 경기불황의 타격이 더 컸던 것이다. IDC는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프리미엄 PC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2월 신규 출시한 갤럭시북3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고 특히 고성능 하이엔드(최고급) 노트북 ‘갤럭시북3 울트라’가 5000대 넘게 팔리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해외 업체들은 제품 성능을 키우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강화 전략을 통해 국내 업체들이 거머쥔 점유율을 노리고 있다. 일부 업체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특히 게임용, 창작자용 등 특정 소비자를 겨냥한 틈새 전략을 꺼내들었다. 중화권, 동남아 등 시장을 장악한 해외 업체들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여전히 소비자 확보를 기대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웨인 니엔 에이서코리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삼성·LG에 맞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외산 브랜드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며 “에이서 역시 이미 대만과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 성장할 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에이서는 최근 한국법인을 세우고 1991년생의 니엔 대표를 파격 선임하며 한국 MZ세대(1980~2000년대생)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 사업의 투자 규모를 기존 대비 5배로 늘릴 계획이며, 이 일환으로 이뤄진 본사 지원을 통해 최근 출고가 약 120만 원의 노트북 ‘스위프트고16’을 한국에서만 25% 저렴한 90만 원에 내놨다. 한성컴퓨터와의 파트너십으로 외산 노트북의 약점인 애프터서비스(A/S)를 보완했고 MZ세대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한 팝업스토어(임시매장) 운영도 검토 중이다.
레노버도 지난달부터 ‘아이디어패드’ ‘씽크북’ 등 노트북 시리즈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IDC) 등 회사의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신규식 전 레노버ISG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한국법인 대표에 오르면서 노트북을 포함한 기업-소비자 거래(B2C) 사업 확장도 본격화됐다. 지난해 교육용 노트북 판매를 통해 잠시 LG전자의 점유율을 넘어섰던 에이수스도 지난달 창작자용 고성능 노트북 6종을, 일본 파나소닉도 올해 3월 국내 첫 B2C 노트북 ‘SV시리즈’를 출시했다. 점유율 한자릿수(7.9%)지만 확고한 충성고객을 보유한 애플은 하반기 맥북 신제품을 선보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