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는 마지막 남아있던 급매물들이 소화되며 거래가 활발한 편이었지만 이달부터는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현재 매물은 2~4월에 나온 급매물 대비 25평은 1억 원 이상, 34평은 2억 원 이상 비싼데 매수자들이 망설이면서 거래가 지난달보다 확연히 줄었습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소재 부동산 A 공인중개사)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000건을 돌파하는 등 6개월 연속 증가에 성공하면서 거래 증가에 따른 집값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의 대세 상승에 앞서 거래량 증가가 선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송파·강동·노원·마포 등 최근 거래가 활발했던 서울 주요지역의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거래가 주춤하고 있다. 급매물 소화 이후 올라간 호가에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052건을 기록했다. 이는 올 1월 대비 115%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지난달 체결된 거래의 신고일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거래량 증가의 원인으로 규제 완화와 금리 안정을 꼽는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올 1~4월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면서 정상거래량이라고 평가되는 4000건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와 특례 보금자리의 효과로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서울 주요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규제 완화로 사정이 급하지 않은 매도자는 급매보다 높은 가격을 부르는 반면, 매수자들은 가격이 저렴한 급매물만 찾는 미스매치가 나타고 있기 때문이다. 4월 258건의 아파트 매매건수를 기록하며 서울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졌던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잠실동 위치) 관계자는 “18억 원대까지 떨어졌던 전용 84㎡의 실거래가격이 22억 원까지 높아지고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연장이 유력해 최근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지난달 월 200건 이상으로 거래가 급증하며 1년 4개월만에 가격 반등에 성공한 노원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완화에 재건축 호재까지 겹치며 올해 초 늘었던 거래가 최근 들어 줄어드는 분위기"라며 “매매·전세가 하락 자체는 멈췄지만 당분간 매도자와 수요자간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에서 영업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이달 34평 기준 최저 호가가 16억 원, 25평은 13억 원까지 올라왔다”며 “앞서 이보다 1억~2억 원 낮게 체결된 급매 거래를 보고 온 수요자들이 매수를 망설이면서 4월보단 거래가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34평형이 중간층 기준 4월 15억 7000만원에, 5월에는 16억 2000만~3000만원에 실거래된 이후 현재 16억 5000만원으로 호가가 올랐다. 공덕자이는 3월에 14억 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현재는 15억원 이하의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정상거래 수준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아직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2016년 월평균 9194까지 늘었다가 2017년 8759으로 내린 후 2018년~2020년에는 6000건을 기록했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2021년 3499건으로 줄었다가 2022년 998년으로 1000건을 밑돌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수요자 입장에서 여전히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량의 거래가 수반되지 않으면 가격의 대세상승 역시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게다가 반등에 성공한 매매가와 달리 전세가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갭투자가 어려워진 것도 거래량 증가를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월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2월부터 줄곧 하락한 반면, 실거래가격지수는 올 들어 상승 전환에 성공한 상태다.